거침없는 발언으로 화제를 몰고 다닌 박철이 기지개를 펴고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달 중 첫 방송하는 케이블TV 채널 라이프스토리의 토크쇼 '박철 쇼'를 시작으로 안방극장 공략에 나선 것.
봄을 시샘하는 강추위가 눈발까지 동반하던 날 저녁에 만난 박철은 "한동안 공백기 아닌 공백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서서히 워밍업을 해 다시 한번 활발한 활동을 펼쳐보이겠다"며 웃었다.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그의 전진은 막지 못할 것이라는 듯.
박철은 SBS FM '박철의 2시 탈출'을 진행하며 인기를 모으다가 몇 차례 '설화 사건'에 휘말리며 2003년 4월 하차했다. 이후 iTV로 자리를 옮겨 '박철의 2시 폭탄' 등을 진행한 그는 2005년에는 수도권이 아닌 부산으로 내려가 PSB '박철의 퀴즈쇼'를 맡았다. 그러는 사이 지상파 3사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3년여가 더디게 흐른 것 같지만 사실 난 바로 어제 일만 같다"는 그는 "그 동안 도를 닦았다면 도를 닦았다. 정신적인 충격도 많았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성장한 것 같다. 이제부터는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그 동안 활동을 했음에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까닭은 특유의 '야수성'을 잃고 '조용히' 활동했기 때문이다.
박철은 "솔직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을 적극 지지하면서 정치 색깔을 공격적으로 내비쳤던 것 역시 포함된다.
"후회는 하지 않아요. 가식 없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것 때문에 때로는 피해도 입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좀 변한 것은 사실이에요. 예전처럼 마냥 즐겁게, 마냥 상쾌하게만을 못하겠더라구요. 그 사이 나이도 들었고 좀 진지해졌다고나 할까요. 생각도 많아지고 좀 무거워졌죠.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거리낌없이 하던 때가 즐거웠고 보는 사람들도 그랬을 텐데 이제 그러기에는 제가 좀 변했어요."
그러나 그는 "그래도 다시 '야수성'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철에게서 '야수성'이 없으면 재미없잖아요? 그동안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면 이제 서서히 야수성을 내보이려구요."
그의 야수성은 '박철 쇼'를 통해 거듭날 전망이다.
"4일 첫 녹화를 했는데 오랜만의 토크쇼라서 그런지 아직 몸이 덜 풀린 것 같다"는 그는 "서서히 전진해나가 제3의 전성기를 노리겠다"며 껄껄 웃었다.
참고로 그가 말하는 제1의 전성기는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출연하던 데뷔 초창기 때이고, 제2의 전성기는 MBC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를 시작으로 SBS 라디오 '박철의 2시 탈출'을 진행할 때까지다.
재도약을 준비하면서 박철은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시도를 했다. 변화는 경기방송 '박철의 굿모닝 코리아'로부터 비롯됐다. 매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생방송을 맡은 까닭에 그는 매일 오전 2시50분께 기상한다. 고양시 일산 집에서 수원시 영통에 있는 방송국에 가려면 그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 예전 같으면 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을 그다.
"버스만 타고 다니던 사람이 지하철을 타게 되면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6시는 예전 같으면 제 귀가시간이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위해 더 이른 시각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군대에 다시 간 기분입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어느새 제가 '아침을 여는 사람'이 돼 있더군요(웃음)."
박철은 "3년여 잠수 타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많이 겪었다"면서 "그러나 박철의 근간을 이루는 정의감, 솔선수범 정신, 주변에 대한 배려는 변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좀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성실하게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때 마라톤으로 30여㎏을 감량해 화제를 모았던 박철은 현재 다시 살이 붙은 모습.
"그 동안 잠수를 타면서 마라톤 역시 뚝 끊고 지냈어요. 운동을 아예 안했죠. 그러나 이제 몸만들기를 시작으로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이 말을 하며 그는 날씬했던 때의 사진을 설정해놓은 자신의 휴대전화의 액정 화면을 보여줬다.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