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동욱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부침의 대한민국 역사 중에서 국운이 괜찮았던 시절을 뽑으라면 1986년부터 1988년의 3년 세월을 선택하고 싶다. 그 시절에 산업화를 넘어서 민주화 시대를 열었고 연유야 어찌됐든 건국 이후 최초로 국제수지 흑자달성에 성공했으며 주가가 1천을 넘기도 했다. 이후 흑자관리 철학과 전략의 부재로 성장의 잠재력 배양 및 확충에 실패했고 부동산값만 폭등해 나라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됐지만 말이다.

1986년부터 3년의 세월이 괜찮은 또 하나의 이유는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이라는 메가 국가 이벤트의 성공이다. 86년에는 그간 넘지 못했던 일본을 뒤로 하고 세계의 스포츠 강국인 중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스포츠 국력이 발돋움했다. 더 나아가 88년에는 이념대립으로 얼룩졌던 80년(모스크바)과 84년(LA)의 반쪽 올림픽을 전 세계인의 한마당 축제로 만들면서 4위를 차지해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기억도 새롭다. 88년 이후 우리는 올림픽때 금메달을 몇 개 정도 따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세계 10위이내에는 들어야 국민이 그 성과를 인정하게 되었다.

굳이 아름다운 추억인 지난 일들을 들먹이는 이유는 최근 대구와 평창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과 2014년의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양 대회 유치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유치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자.

먼저 지난 몇 차례의 메가 국가 이벤트의 성공을 통해 개최만 하면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88 올림픽의 경우 경기장과 주변도로 건설 등 투자지출액(1조8천931억원)과 올림픽조직위의 경상지출 등 소비지출액(5천533억원)을 합친 지출총액(2조4천464억원)의 2배 정도 되는 4조8천784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얻었다. 부가가치 창출(1조8천859억원)과 고용유발(34만여명) 효과까지 고려하면 88올림픽은 분명 흑자대회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 올림픽까지 최근의 동계올림픽은 모두 적게는 420억원부터 많게는 58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낸 대회였다. 평창 올림픽의 경우 직접 투자지출액(4조1천764억원)의 3.5배가 넘는 15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7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고용유발효과는 22만명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 역시 예외가 아니라 선수촌 아파트 건립비 등 856억원 정도의 비교적 적은 투자로 3천5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천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등 총 5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효과 외에도 메가 국가이벤트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정보기술 및 산업발전, 국가와 지방의 브랜드 제고와 관광수입의 증대 등 정확하게 따질 수는 없지만 파급효과가 크다.

둘째로 비록 다른 나라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때로는 통치권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던 국가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국가의 대사 앞에서는 온나라가 하나가 되는 장관을 경험해왔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힘이자 저력이다. 여기에는 영·호남도 없었으며 세대간의 단절도 없었다. 그저 온 국민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대한민국'만이 있었다.

이러한 메가 국가 이벤트의 정점에 2002년 월드컵이 있었다. 전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붉은 악마가 되어 펼친 대서사시의 향연에는 온 나라를 붉게 물들였던 사람의 물결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던 함성이 있었고, 그날의 감동은 여전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종식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메가 국가이벤트의 개최가 더없는 묘약이기에 양 대회의 유치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려서 오는 2011년과 2014년이 86과 88을 넘는 국운 융성기가 되어야 한다.

/임 동 욱(충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