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한미 양국은 이달 20일을 전후해 고위급 협상을 통해 마지막 쟁점분야로 남은 농업분야와 자동차분야 등에서 타결점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한국의 농업은 '비상상황'이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놓고 또한번 고민에 빠져야할 때다. 특히 고품질의 안전한 먹거리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다시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고품질 농산물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브랜드'다. 명품 브랜드 육성이야말로 FTA의 파고를 넘는 최선의 전략이라는 분석은 이미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면 현재 경기도의 농산물 브랜드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 육성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의 가장 대표적인 농산물은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생산 규모를 놓고 보든 인지도를 놓고 보든 모든 면에서 '쌀'이다. 경기미는 연간 생산액 9천910억원으로 도내 농업총생산의 19%를 차지한다. 전국 쌀 생산량의 10.6%를 차지하고 있으며 옛날부터 내려온 경기미의 명성과 품질로 타 도 쌀보다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도의 가장 대표적인 쌀 브랜드는 무엇일까. 임금님표 이천쌀, 대왕님표 여주쌀, 김포금쌀, 안성마춤쌀, 용인백옥쌀, 평택 슈퍼오닝, 화성 햇살드리쌀, 파주 임진강쌀… 이름깨나 알려진 쌀 브랜드만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모두 도내 각 시군마다 특화된 브랜드로 내놓은 것들이어서 이중 어느것을 경기도의 '대표' 브랜드로 꼽아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현재 경기도내 쌀 브랜드만도 126개로 파악되고 있고, 사실 정확한 브랜드 개수를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쌀 관련 브랜드가 난립해 있다. 이것이 도내 최대 농작물인 쌀 브랜드의 현주소다.

소비자단체가 뽑은 우수브랜드 쌀 평가결과를 놓고 보아도 경기도 쌀은 '최고'라는 명성이 무색하다. 지난해 최우수 자리는 전남의 '한눈에 반한쌀'이 차지했고 '김포금쌀'이 우수(3위), 안성마춤쌀 헤드라이스가 장려(8위)에 머물렀다. 경기미가 최우수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3년(안성마춤쌀)이었고, 이후로는 충남과 전남쌀에 연이어 최고의 자리를 내주었다. 그나마 최근 4년간 장려 이상에 오른 경기미 브랜드는 '안성마춤쌀'과 '김포금쌀', 화성의 '햇살드리', 이천의 '임금님표 이천쌀'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소비자들이 찾는 대형 할인점이나 농협 농산물유통센터를 찾아도 경기도의 쌀 브랜드는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에 가격도 큰 차이가 없다. 그냥 겉모양과 가격만 봐서는 경기쌀인지 호남쌀인지, 충청쌀인지 구분이 안간다. 대표적인 여주쌀 브랜드인 '대왕님표 여주쌀'을 붙인 상품과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일반 브랜드 '여주 추청쌀'의 20㎏들이 1포 가격차가 1천원이 채 안됐다. 명품이라는 브랜드가 무색했다.

 
 
 
다른 농산물들도 브랜드 파워가 시원찮기는 마찬가지다.

수원지역 모 대형할인점의 야채와 과일코너. 대부분의 국내산 야채나 과일에는 할인점의 자체 브랜드가 붙어있거나 생산지역만 표시돼 있다. 하지만 수입된 바나나나 키위, 파인애플, 오렌지 등에는 '델몬트' '제스프리' '썬키스트' 등 해외 유명브랜드의 상표가 붙어있다. 경기도에서 고품질 농산물로 내세우는 과일이나 잡곡, 버섯, 채소류 등은 산지브랜드를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가장 대표적인 유통경로인 할인점에서조차 농산물 브랜드는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고 절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사실 농산물 브랜드사업은 이제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단계다. 시군별, 작물별로 난립된 브랜드를 통합하고 우수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이 최근들어 본격화되면서 몇몇 브랜드들이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우수 브랜드의 파워는 고품질 농산물들이 가치를 발하는 소위 명절 대목 때 드러난다. 지난 설 명절에도 쌀이나 한우, 과일 등의 선물세트들이 대표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팔려나갔다. 지자체나 농협, 브랜드 농산물을 출하하는 생산자단체 등이 이 시기에 집중적인 출하관리와 마케팅에 나서면서 브랜드 파워가 먹혀드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우수 농산물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것도 명절에는 한눈에 드러난다.

농림부와 경기도 및 각 시군, 농협경기지역본부와 각 지역 농협 등은 최근들어 농산물 우수브랜드 육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 시군의 생산자단체에 국한되는 지역연고 군소브랜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 따라 지역공동브랜드나 광역공동브랜드를 육성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시군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브랜드로는 연천의 '남토북수', 화성의 '햇살드리', 안성의 '안성마춤', 광주의 '자연채', 양평의 '물 맑은 양평', 평택의 '슈퍼오닝', 가평의 '푸른연인', 시흥의 '햇토미' 등 8개가 운영되고 있다. 또 지역내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브랜드로 이천의 '임금님표쌀', 김포의 '김포금쌀', 여주의 '대왕님표쌀', 용인의 '백옥쌀', 파주의 '파주 임진강쌀', 포천의 '해솔촌', 고양의 '행주치마', 양주의 '양주골한우' 등 8개가 운영 중이다.

이들 16개 지역공동브랜드도 여러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지만 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갖는 브랜드는 2개지역 이상이 연합해 탄생한 광역공동브랜드다. 현재 도내에는 공식적으로 5개의 광역공동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다.

이천·여주·양평·충북음성의 복숭아를 대표하는 '햇사레', 안성·평택·화성·안산의 배와 포도를 대표하는 '잎맞춤', 용인·화성·여주·수원의 한우를 대표하는 '한우람', 김포·부천·고양·파주·연천의 돼지고기 브랜드인 '돈모닝포크', 수원·화성·용인의 돼지고기를 대표하는 '동충하초포크' 등이 광역공동브랜드들이다.

이같은 광역공동브랜드들은 이미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높다. 광역화에 따라 고품질 상품을 대량으로 출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도 힘을 갖고 판매망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경기도는 우수 브랜드 육성사업으로 생산농가의 규모화·조직화, 품질관리 강화, 광역브랜드화 지원, 마케팅 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생산농가의 규모화·조직화는 브랜드가 취약한 과실과 채소, 특용작물 등 원예농업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도내에는 규모화·전문화된 공동마케팅조직이 3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2013년까지 8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공동마케팅 조직은 일정수준 이상의 농가를 회원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많은 농가가 일정한 품종의 작물을 일정한 품질로 출하할 수 있도록 이끌고 마케팅까지 해결하기 때문에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경기도는 이와 함께 경기도가 직접 다양한 판매채널과 대중미디어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농산물 브랜드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에게 경기도의 우수 농산물 브랜드를 알려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