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청약방식과 몰려드는 인파에도 무대책으로 대응한 코오롱건설, 새치기와 거친 몸싸움을 해서라도 프리미엄을 챙기겠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주연이었다.
2만여명의 계약 희망자가 한꺼번에 몰려든 12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코오롱건설의 '더 프라우'오피스텔 청약 현장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청약 신청을 위해 밤새 줄지어 기다리던 계약 희망자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접수가 시작되자 하루 전부터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눠 가졌던 번호표 순번대로 모델하우스에 입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에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 밤을 새며 접수를 기다렸던 대기자 중 번호표를 미처 받지 못했던 이들이 중간 중간 번호표 소지자 사이에 끼여 모델하우스로 입장하려 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새치기를 하려는 이들을 끌어내려는 경호업체 직원들과 거친 몸싸움이 시작됐고, 모델하우스 입구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계속되자 계약 희망자들의 입장이 중단됐다.
급기야 오전 10시 30분께에는 기다리다 지친 계약 희망자 수백여명이 일시에 경호업체 통제선을 뚫고 모델하우스로 돌진하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
코오롱건설은 11시께 접수를 중단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계약 희망자 수백여명은 발디딜 틈 조차 없는 모델하우스 앞에 한데 뒤엉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유리 출입문을 마구 두드리며 '문을 열라'고 외치는 등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이 과정에서 김모(50·여)씨 등 4명이 계단에서 밀려 넘어져 상처를 입었다.
인파 속에 파묻혀 숨쉬기 조차 어려움을 느낀 계약 희망자들의 비명 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낮 12시께 경찰이 투입돼 모델하우스 입구에 몰려있던 계약 희망자들을 계단 밑으로 모두 밀어내면서 사태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현장 청약접수를 중단한 코오롱건설은 인터넷과 은행방문을 통해 추후 접수를 받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1천여명의 계약 희망자들은 코오롱건설 발표 후에도 모델하우스 주변에서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항의를 계속했다.
이런 와중에 오후 2시25분께 모델하우스 뒤편 갈대밭에 청약 희망자가 불을 질러 경호업체 직원들이 급히 진화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경찰은 2개 중대 200여명을 모델하우스 주변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모델하우스 주변은 계약 희망자들이 가져 온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어 현장을 빠져 나올 수 없었다.
모델하우스 앞 왕복 6차선 도로는 1차선 가량만 남긴 채 2중, 3중으로 주차된 차량이 가득 메워 현장을 빠져 나오는데 1~2시간이 걸리다 오후 5시가 지나서야 평소의 소통상태를 회복했다.
인근 공사장 대형 트럭들은 불법 주차차량으로 통행이 아예 불가능해 우회도로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