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객원논설위원)
중국은 외환보유고나 수출입규모에서 전세계 최상위 그룹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적 상황 때문이든 아니면 민족적 감정 때문이든 매우 가볍게 대하고 있다. 미국에 가기 위해 온갖 수모를 참아내고, 미국에 대해 갖는 일방적 애정과 영어로 상징되는 그들을 대접하는 태도와는 대조적이다. 반드시 그런 마음속에 터를 잡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들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국의 고속성장을 그대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지난달 베이징에서 인하대 BK 사업팀을 이끌고,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그 기회를 빌려 KOTRA·중국 로펌·기업·시장 등을 탐방할 기회를 가졌다. 한·중 지적재산권의 현황과 과제를 논하는 자리였고, 향후 6년간 BK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점검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중국의 변화와 성장 속도는 우리들의 지식과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내년 올림픽을 겨냥한 각종 공사는 물론이고, 중국의 법제도가 오는 10월 전국대표자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불법 복제와 지적재산권 침해의 대명사로 알려진 중국 '짝퉁'시장은 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국기업과 지적 재산권 정책변화는 우리들에게는 우려할 만한 것들이었다. 2006년 기준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총계는 6천854억 달러에 설립비준 기업수는 60만여개다. 중국은 2001년 총연구개발비가 570억달러에, 박사취득자수가 이미 6천500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2005년 한해에만 6천115개 기업이 52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과 경제불황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주는 지표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투자가 아닌 기술투자와 노하우를 원하고 있었다. 최근 기술투자의 경우 조세제도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그런 정책의 일환이다. 산업기술 유출방지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고민하던 우리들은 중국이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선진국의 전유물로 알았던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위해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국가핵심기술의 자주적 육성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와 지적 재산권 육성을 위한 법령의 대폭적 개정이 그것이다.

또한 마이크로 소프트(MS)나 다국적 기업의 중국내 독점과 횡포 방지에도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MS의 끼워팔기나 한미 FTA에서 번번이 당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와 비교해 볼 때 부러웠다. '15억 인구로 대변되는 시장의 힘이 법을 만든다'는 중국교수의 토론내용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말대로 중국은 거침없이 정책과 법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의 강화, 노동자 해고의 제한, 토지사용료의 대폭인상, 환경규제의 강화 등이 그것이다.

'11·5외자 이용계획'으로 명명된 정책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우리기업들의 험난한 앞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R&D 센터를 다시 본국으로 옮겼다.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이 유출되는 경우 기업이 생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신천지로만 알고 간 우리의 중소기업들, 돈이 된다면 기술을 통째로 팔아치우는 기업들, 이공계를 떠나 의사로 몰려드는 대학생들, 논술에만 매달리는 입시제도, 미적분을 몰라도 공대에 갈 수 있는 교육제도, 국가핵심기술의 지정을 거부하고 있는 기업. 그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건희 회장이 말한 위기의 조짐은 5년후가 아니라 이미 진행중인 셈이다. 선진국들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영역을 통합(NBIC)시키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묻는다. 중국의 정책과 선진국의 기술 변화를 예감하는 정책을 우리는 왜 미리 수립하지 못하는 것일까.

/김 민 배 (인하대 법대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