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린(吉林), 랴오닝, 헤이룽장(黑龍江) 동북 3성의 공연장이 모여 만든 북방극원연맹이 주관한 포럼에서는 '한중일 극장 국제협력 선언'이 채택됐다. 상대국의 우수한 예술단체 및 작품을 서로 초청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는 내용이 선언문에 담겼다. 매년 정례적으로 포럼을 개최해 보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정부도 버거워하는 국제교류를 지방자치단체의 공연장이 어떻게 한다는 걸까? 과거 다른 분야에서 일부 그랬던 것처럼 용두사미가 될 거라고 폄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특히 공연분야 만큼은 이미 오래전에 이런 형태의 국제 파트너십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공연장끼리 서로 협력하면 '윈-윈 모델'을 만들어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우선 인접한 나라의 공연장이 함께 공연을 기획하면 관람료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함께 초청하여 아시아 투어를 하게 되면 개런티, 항공료 등에서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공연 제작비용은 그 공연의 관람료 책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공연장이 뭉치면 관람료를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각 국가의 국가대표 연주자들을 모아 세계적인 연주회를 만들어 세계 순회공연을 할 수도 있다.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퍼포먼스 등도 함께 만들 수 있다. 공연장이 서로 협력하면 공연 제작의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한발 더 나가 한중일 3국의 역사적, 문화적 동질감을 공연예술로 승화시키면 정치, 경제에서 비롯되는 국가 간, 국민 간 감정을 다스리는 문화완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에 이어 문화시장을 열어 제2의 도약을 할 태세다. 출장 중에 만난 중국 공연장 대표들은 거의 모두가 수준 높은 공연 유치를 위한 시설 리모델링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출장 직전 만난 닝푸쿠이(寧賦魁) 중국대사는 한국과의 문화교류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다. 이렇듯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의 공연시장 개방 물결에 경기도공연장협의회가 한발 앞서 올라탄 것이 이번 포럼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생각을 알았으니 이제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 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선 선언에 참여한 당사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우수한 작품과 연주자가 중국, 일본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또한 중국, 일본의 수준 높은 작품이나 연주회를 저렴한 관람료로 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번 포럼에 참가하지 않은 국내의 다른 공연장에게 협력 모델을 보여주고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더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측면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중국, 일본의 지방정부와 자매결연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실질적인 문화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할 공연장은 물론이고 공공예술단체, 예술인 등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경기도내 5개 공연장이 공연장협의회를 만들어 서로 소통하고 중국, 일본과 협력하려는 이유는 바로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경제블록에 이은 문화블록 시대는 이미 열리고 있다.
/이 종 덕(성남아트센터 사장·경기도공연장협의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