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채무에 시달리던 20대 남자에게 유괴된 뒤 살해됐다.

   경찰은 14일 오후 용의자 이모(29.견인차량 운전기사)씨를 긴급체포해 범행일체를 자백받고, 포대에 싸여 버려진 초등생의 시신을 찾아냈다.

   ◇유괴 당일 살해 = 15일 인천 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이씨는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K아파트 상가 앞에서 박모(8.M초교 2년)군에게 접근, `길을 좀 알려 달라'며 자신의 견인차량에 태워 납치했다.

   박군은 낮 12시께 동네 누나와 교회에 갔다가 돌아와 혼자 아파트 상가에 게임기를 사러 가던 중이었다.

   이씨는 박군으로부터 부모 직업과 집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차량에 갖고 다니던 포장용 테이프로 이군의 입을 막고 손과 발을 묶은 다음 차량 뒷좌석에 태우고 시흥, 부천 등지를 돌아다녔다.

   이씨는 납치 당일인 11일 오후 10시 51분께 경기도 부천 상동의 한 공중전화에서 박군 부모에게 협박전화를 한 뒤 인천으로 이동하던 도중 뒷좌석에 있던 박군이 질식사한 것을 발견하고, 12일 0시 10분께 인천시 남동구 유수지에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수색작업을 벌여 15일 오전 6시께 테이프로 손발이 묶인 채 빨간색 포대자루에 싸여 있던 박군의 시신을 발견, 인근 병원에 안치했다.

   경찰은 이씨가 유괴 직후 박군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키로 했다.

   ◇협박 전화 = 이씨는 유괴 후 1시간15분 가량이 지난 11일 오후 2시 45분께 인천시 남동공단의 한 공중전화에서 박군 부모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현금 1억3천만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그후 위치를 옮겨 가며 검거되기 전날인 13일 낮 12시까지 공중전화와 훔친 휴대전화로 모두 16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걸었다.

   용의자 이씨는 11일과 12일 오후 8시께 `아빠 보고싶어요', `아빠 나 (집에) 데려다 준데' 등의 박군 목소리를 부모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이 때 들려준 박군의 목소리는 살해하기 전에 녹음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군의 부모는 이씨의 요구에 따라 13일 0시 11분께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 공영주차장의 한 1t 트럭 적재함에 현금 1억원이 든 돈가방을 놓고 돌아왔으나, 경찰 잠복을 눈치채서인지 이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범행 동기 = 전과 3범인 이씨는 차량 견인사업 실패와 유흥비 탕진 등으로 모두 1억3천만원의 채무를 지게 되자 이를 한번에 갚기 위해 유괴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송도신도시 주민들 가운데 부자가 많을 것 같아 범행 사흘 전부터 송도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찾던 중 우연히 박군을 선택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는 인천 연수동에 부모가 사준 24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가족으로는 아내(31)와 11개월 된 아들이 있다.

   경찰은 협박전화 발신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공중전화 주변 건물의 CCTV 화면에 특정 견인차량이 자주 찍힌 점에 주목, 차량 소유주를 추적해 14일 오후 2시 30분께 자택 근처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박군은 명랑한 모범생" = 숨진 박군은 평소 적극적이고 명랑한 성격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범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박군의 담임교사인 이모(58)씨는 "학기 초인데도 새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공부도 잘 하는 모범생"이었다며 "적극적이고 명랑했던 박군이 이런 변을 당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침통해 했다.

   박군은 고교 교사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의 외아들이며 초등학교 4학년인 누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