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은 비단 한 기업의 실수로 그칠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형 환경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전적 경고이기도 하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주변에는 갖가지 환경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크고작은 하천에서 발생하고 일부 하천 퇴적물은 중금속 덩어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최근 인천 남동공단에서도 이러한 환경사고의 경고음이 감지됐다. 남동공단의 한 우수관에서 독극물인 청산염이 발견된 것.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지난달 우수관 작업도중 숨진 3명의 사망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독극물인 청산염은 금·은 등의 전기야금과 도금공업 등에 널리 이용되는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경찰이 유출 경로를 수사하고 있다고 하니 전말은 곧 밝혀질 것이다. 업체에서 고의적으로 흘려보냈거나 하수관거의 불량으로 하수가 우수관을 통해 배출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공단의 환경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인천시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청산염이 하수관이 아닌 우수관에서 발견된 점은 더욱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수관은 빗물 등 땅위에 고인 물을 빼기 위한 관으로 하천이나 바다와 연결돼 있다. 분해가 잘 되지 않는 청산염이 여과장치 없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수생식물과 어패류는 물론 인체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수질환경 보호가 헛구호에 그쳤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요란한 캠페인이 수 없이 진행됐지만 수질환경 보호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오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발생한 지 16년, 남동공단 우수관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천시는 청산염 유출사건 규명에 진력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사건이 규명되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당연히 오염물질 유입이 사전에 차단될 수 있도록 독극물 처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기능도 더 보강돼야 한다.
기업은 기업가적 양심을 바르게 세워야 한다. 환경과 기업윤리는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비양심적이고 반환경적인 기업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마련이다. 시민들은 사회적 감시기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맑은 물을 보전하는 것은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지금이라도 인천시내를 흐르는 하천에 관심을 가져보자.
/홍 미 영(국회의원·행자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