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지사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서 격려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이는(새 정치질서 출현은) 단지 필요한 게 아니라 당연히 올 것이고,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위해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를 향해 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창조정신으로 선진국을 만들어가는 여러분들의 조직이 활성화될 때 수구적 정치세력, 역사를 거꾸로 읽는 정치세력들은 여러분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손 전 지사가 당내 경선 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인 만큼, 경선 불참과 탈당에 이어 중도를 지향하는 제3세력을 규합한 신당을 창당한 뒤 대선에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자아냈다. 특히 전진코리아는 중도통합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386출신들의 정치조직이란 점에서 전날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을 중시한다"고 한 손 전 지사의 향후 정치적 기반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왔다. 실제 일부 관계자는 손 전 지사의 보좌진 출신이거나 막역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아침까지 창립대회 참석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진 손 전 지사가 결국 행사장에 나타나 '새로운 정치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 역시 이러한 정치적 해석에 힘을 싣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 같은 분석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과 격려사 내용에는 전혀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행사 전후에 자신의 향후 행보 및 거취와 관련해 취재진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았지만 "오늘은 묵묵부답이다"란 말만 남겼다.
다만 손 전 지사는 행사장에서 곧장 승용차 편으로 지방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경선 룰을 결정할 때까지 지방의 모처에서 연락을 끊은 채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핵심 측근이 전했다.
앞서 손 전 지사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서포럼' 초청 특강에서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구시대 정치인'으로 몰아붙이며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시장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언필칭 경제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이 전 시장을 겨냥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북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