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자신의 거취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 모임 등 범 여권이 손 전 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가 지난 17일 손 전지사가 칩거중인 강원도 산사 방문에 나섰다가 거절 당한 뒤 되돌아오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선 반면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등 범(汎) 여권 인사들이 손 전 지사 '모시기'에 나서는 형태를 보여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중도 개혁 세력인 남경필 원희룡 의원은 손 전지사 붙잡기에 나서는 모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여야 정치권이 손 전 지사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향후 대선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한 발짝 더 나아가 탈당을 결행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선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되고 범여권이 추진중인 정계개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손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백담사로 향하던 중 차를 돌렸던 강재섭 대표는 18일도 손 전 지사의 연락을 기다리며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정권교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경선에 참여할 것을 여러 채널을 통해 손 전 지사에게 전하는 한편 되도록 빨리 만남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캠프측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와관련, 당사에서 논평을 내고 "손 전지사가 지니고 있는 이념적 다양성과 개혁지향적인 사고는 한나라당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귀중한 것"이라며 "강 대표는 손 전지사와 만나 경선방식과 시기에 관한 것 뿐 아니라 당의 운영방향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손 전 지사의 경선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 16일 강 대표가 제시한 경선 룰 중재안을 사실상 수용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손 전 지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장·개혁파 의원인 남경필 의원은 "저를 포함해 소위 중도개혁세력이라는 그룹의 안이함이 손 전 지사의 고뇌를 낳았다"면서 "당과 다른 대선후보들이 (손 전 지사를) 단순한 장식물로 생각하고 대접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 등 범여권도 손 전 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세웠다.

일단 범여권에서는 한나라당내 개혁진영을 대표하던 손 전 지사가 경선에 불참하게 되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쟁구도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양자 대결로 정착됨으로써 보수색채를 분명히 하게 된다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통합신당모임 이강래 의원은 "한나라당의 주류는 보수이고 영남"이라며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고, 그가 경선에 불참한다면 그것은 그런 한계를 절감하기 때문"이라며 당내 갈등에 불을 지폈다.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손 전 지사가 탈당하게 되면 한나라당은 위장을 걷어내고 명실상부하게 제3, 제5공화국의 후예만 남는 선명 야당이 될 것이고 국민의 선택은 더욱 간명해질 것"이라며 "손 전 지사를 (대선후보로) 영입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나, 그 분이 탈당을 해서 대통합 신당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