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논설위원)
3월도 벌써 중순을 지났다. 겨울 잠을 자던 개구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지나 어느새 춘분이다. 이쯤이면 농민들이 보리밭 관리를 하고 새해 농사준비를 서두른다. 철새들은 따뜻한 남쪽을 떠나 북쪽의 제 땅으로 돌아 가고, 인간은 활동하기에 한결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는 활기찬 계절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친 역사적인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3월이 오면 오히려 춥고 쓸쓸한 사람들이 있어 걱정이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그들이다. 특히 정부의 특별조치로 지난해 중국에서 귀화한 이들은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있다. 심사가 늦어지면서 유공자 후손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참을 만하다. 천덕꾸러기가 된듯한 분위기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포기한 국적을 돌리는 것이 만만치 않아 정부의 빠른 후속 조치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를 따져 보면 역시 정부 관련 부처의 경직된 업무처리가 말썽인듯 싶다.

법무부는 1년2개월의 조사기간을 거쳐 이들을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하고 귀화를 승인했다. 이들은 당연히 귀국과 함께 신원확인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로 들어 온 후 유족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며 보훈처가 같은 심사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이 기간동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니 이들의 처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정부방침이 무엇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행태다. 혹여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표면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빈약하자 제쳐놓는, 양극화 현상이 여기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일본과 관련된 과거사 정리는 60여년을 끌고 있다. 위안부문제에대해 국제사회에서 나서고는 있으나 아직 일본의 망언 등 버티기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해 제1기 친일·반민족 행위자를 확정한데 이어 최근 2기 1차 조사대상을 확정하고 관보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09년 5월말까지 예정된 3차 조사를 마치고 종합보고서와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학술적 고찰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친일파 재산환수문제도 해결하기는 어려울 듯 싶으나 매듭짓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오욕의 역사가 매듭 단계에서 어떤식으로 가닥을 잡을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정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독립유공자 후손문제는 달랐다. 이들의 권리를 찾아 준다는 정부는 운만 띠우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데서 해결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언론 등에서 이를 공론화해서 인지 보훈처는 심사과정을 일원화하는 등 행정절차와 예우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한다.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광복 이후 반세기가 훨씬 넘어 공적을 증명할 자료가 많이 멸실돼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등의 이유를 달기에는 그동안 시간도 자금도 자료도 무엇하나 제대로 살피고 지원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직무유기를 넘어 민족자존 의식에 문제가 있다 하겠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과 재산을 바친 조상을 정부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모른 척 합니다. 조상님 뵐 낯이 없습니다."

한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의 자괴(自愧)섞인 말이 메아리돼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늦었지만 제대로 된 권리를 찾아 주기를 기대한다.

여기에 서둘러 지원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명이 소생하는 봄의 활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더 이상 나라가 어려울때 하나로 묶어 준 끈을 외면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조 용 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