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가 정치권의 협공 속에서 설 자리를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친정인 한나라당이 연일 강도높은 비난을 퍼붓는 가운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비판을 필두로 범여권에서도 그에게 견제구를 던지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손 전 지사의 탈당을 반겼던 범여권은 특히 대선후보를 노리는 김근태(金槿泰)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이 '잠재적 경쟁자'인 손 전 지사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이는 손 전 지사가 탈당의 변을 통해 한나라당을 `수구보수'로, 범여권을 `무능한 진보'로 비판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만의 하나 정치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대한민국 드림팀'의 일원으로 지목했던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陳大濟) 전 정보통신 장관 등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는 점도 손 전 지사의 입지를 좁게 하고 있다. 특히 정 전 총장은 "손 전 지사를 정치적으로 만날 이유가 없다"며 연대설과 관련해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의원 일부가 손 전 지사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한 반응이지만, 일단 외면적으로는 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원 정도만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우리당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23일 범여권에서 20여 명의 의원이 손 전 지사를 따라 나설 것이란 설과 관련, "그렇지 않다"면서 "손 전 지사나 정 전 총장 같은 특정한 분들의 깃발 아래 모이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은 시민사회와의 연대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그의 중도개혁적인 이미지를 긍정 평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적지 않지만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이견이 걸림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시민사회단체 대부분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반면 손 전 지사는 대선주자 중 한미 FTA 체결에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날 손 전 지사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서대문 사무실에서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이 같은 고립 구도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등 향후 전략을 포괄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기존 정치권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했던 만큼 당분간 물밑에서 '비정치권'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세를 확산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전 지사는 25일까지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핵심 측근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법조계, 학계, 문화계, 종교계 인사와 벤처 관련 기업인 등 각 직능분야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며 도움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인 박종희(朴鍾熙.수원 장안) 전 의원은 캠프 비서실장직을 사임하고 당에 남기로 결정했다. 박 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오후 캠프에 들러 당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손 전 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 가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후임 비서실장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인선할 계획이지만 일단 탈당으로 정치적 상황이 달라진 만큼 범여권과 한나라당에 고루 인맥을 갖고 중도세력의 결집을 추진하는 데 걸맞은 인물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를 뒷받침하겠다"고 했던 김부겸(金富謙)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비서실장에 임명될 수도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