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명품 열기로 한창 뜨겁다. 가방 시계 옷 구두 가구 등, 심지어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명품들이 판을 친다. 메이커 이름도 갖가지다. 루이비통 까르띠에 페라가모 오메가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말 그대로 명품이다 보니 가격이 장난 아니다. 한벌에 1천만~2천만원을 호가하는 옷, 2억원짜리 핸드백, 1억원이 넘는 시계를 비롯, 장난감 자동차나 곰인형 하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금액을 치른다. 심지어 7만5천원짜리 연필, 14만원짜리 지우개, 33만원짜리 필통으로 구성된 명품세트 학용품이 일부 초등학생들의 인기를 모은다는 소식도 있다.
명품이란 원래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작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요즘 소위 명품족들이 찾는 명품은 그런 게 아니다. 단지 값비싼 외제 사치품을 가리킬 뿐이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있어야 경제는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비가 미덕'이라지만, 소비도 소비 나름이다. 고가의 외제 사치품 소비증가는 되레 나라 경제를 좀먹는다. 우리 기업의 매출증대 투자창출 고용증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국산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주범 노릇을 하게된다. 더구나 기껏 열심히 번 돈으로 남 좋은 일, 즉 남의 나라 장사만 잘되게 해주는 꼴이 된다.
그 뿐 아니다. 뭐니 뭐니 해도 명품을 지닌다는 건 그만큼 재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명품은커녕 그날 그날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 급급한 서민 대중에겐 어디까지나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런데서 자연스레 명품족과 그렇지 못한 이들간의 계층이 구분돼지고, 마침내는 계층간 위화감을 불러오게 된다. 당연히 사회화합 및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명품을 찾는데는 대개 지나친 과시욕 내지 남보다 돋보이고자 하는 심정이 크게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대부분 제법 살만한 사람들 중 그런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우선 돈이 많다 보니 남보다 잘났다는, 이른바 선민(選民)의식에 젖어들기 쉽다. 그래서 이왕이면 남보다 돋보이고 싶어지고, 그것이 결국 과시욕으로 나타나 명품만 찾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서열의식 체면의식도 한 몫 하리라.
한편 재력은 다소 떨어져도 부자들에게 뒤지고 싶지않은 일종의 질시적 경쟁의식에서 명품을 찾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 단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유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건 남보다 잘나 보이고 과시하고 싶어지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이 하필이면 나라 경제를 해치고 화합을 깨뜨리는 명품선호 뿐일까.
몇년 전 어느 미국 부자는 죽기 전에 전재산 수천만 달러를 가난한 이웃과 장애인들에게 희사했다. 그런데 생전에 어찌나 구두쇠였던지 의례적인 팁도 잘 주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평생 행상으로 근근이 모은 돈을 모두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은 할머니 이야기 등 감동적인 사례가 꽤 많다. 이같은 이들과 명품족, 과연 어느 모습이 더 돋보일까.
/박 건 영(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