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배 (문화비평가)
'Smile with English'. 지난 달 27일 인천광역시와 시 교육청이 영어도시를 선포하면서 내건 캐치 프레이즈다. 영어도시는 시가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친숙한 영어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를 조성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언어가 지닌 역사적 함의와 문화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기능적인 언어정책이라 평했다. 또한 현실에서는 과밀학급과 점수 위주의 학습으로 포화상태가 된 사교육 시장에 학생과 학부모가 노출되어 있음에도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수립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런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정책당국은 이를 생산적인 비판으로 수용하고 대안을 찾아가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반대 논리는 대부분의 영어공용화 내지 상용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측의 공통된 논리이기도 하고, 일련의 사업을 추진해 나아가면서 계속해서 직면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도시 선포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미래 비전이 되기 위해서는 공무원은 물론 시민과 학생까지 영어도시의 개념과 비전을 공유하면서 촘촘한 전략들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방향에 몇 가지 도움이 된다면 필자의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제일 먼저 영어 공용화가 아닌 상용화라는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공용어란 한 국가 안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할 때 그리고 국제기구 등에서 서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차용되는 언어다. 공용어는 국가가 해당 언어의 활용에 대해 법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모국어와 똑같이 보장해 주는 것이어서 그에 따른 천문학적 제반 비용과 사회 각 분야의 섬세한 관찰과 준비가 필요하다. 반면 상용어는 공용어에 비해 느슨하다. 즉 환경변화에 따라 사회구성원들이 외국어를 자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이상, 한학성의 '영어공용화, 과연 가능한가' 참고) 또한 현실적으로 일반시민의 영어 활용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영어도시가 상용화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역사회에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거부감을 해소시켜야 한다. 그것이 개념차이에서 오는 소모적 논쟁을 피해가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문화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영어도시 조성이 곧바로 우리문화의 경시 내지 위축으로 보는 시각은 일면 단순하다. 영어도시는 우리말 환경 속에서 영어 사용이 불가피한(또는 사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통해 일상과 업무를 불편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곧 우리문화, 우리말 환경 자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역으로 영어도시를 우리문화와 지역을 알리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연구와 번역이 보다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문화)가 영어도시 안에서 다인종·다문화와 만나고 다양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창의성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영어도시가 갖는 사회적 함의와 영어교육의 양극화 내지 계급화를 극복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 차이로 인한 학습기회의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나아가 빈부의 문제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이 세부사업에 반영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마을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배려와 교육비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 출신의 영어 구사 능력이 있는 외국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재정부담 해소 외에도 국적이나 인종에 따른 외국인에 대한 일종의 서열화 내지 차별화를 제거하고 대등한 세계시민으로 만남으로써 진정한 국제도시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성 배(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