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언제나 아름답다. 자신의 신체 일부를 생명이 절박한 상황의 환자에게 서슴없이 주는 것은 더욱 감동적이라 할 수 있다. 신장과 골수를 떼어주기도 하지만 보통사람들이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헌혈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흔히 헌혈을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새 생명을 찾아 주는 보람이 있어서일 게다.

이 세상에서 헌혈만큼 적게 투자하면서 남을 크게 돕는 일은 아마 없다고 해야 옳다. 그 때문인지 각 나라마다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여기에 동참한다. 선진국 일수록 헌혈이 일상처럼 정착돼 있다. 미국에서는 헌혈캠페인에 커다란 성조기가 등장하곤 한다. 은연중 헌혈은 곧 애국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캠페인 문구도 "헌헐합시다. 공급이 부족해서는 안됩니다"라고 담백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도 그 양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의 처지는 안타깝기 그지 없다. 거리 헌혈은 물론이고 헌혈의 집을 시내 중심가에 만들어 동참을 유도해도 막무가내이다. 대개의 일반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단지 학생들과 군인, 근로자들의 단체 헌혈이 고작이다. 이러다 보니 혈액이 부족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혈액이 없어 속수무책인 적이 많다.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우리 국민들은 헌혈에 대해서 만큼은 무척 인색하다. 지난주 경인일보의 헌혈 실태 집중보도를 보면 그 실상을 절감할 수 있다. 적정재고량은 커녕 요즘에는 당일치 소요량도 채우지 못해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마저 연기할 정도라고 한다. 헌혈이 시작된 74년 이후 최악이라고 하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너무 심한 것 같다. 헌혈 한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