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도전과 시련의 역사적 갈림길에 봉착해 있다. 내부적으로 너무 많은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위기설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앞서는 일본과 우리의 꽁무니까지 바짝 쫓아온 중국 사이에 끼면서 우리의 존재가 마냥 초라해 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투자를 꺼리며 꼼짝 않고 있어 설비투자율은 매년 추락, 지난해는 8.6% 증가하는데 그쳤다. 당연히 성장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고 그 후유증으로 다량의 실업 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렇잖아도 100만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아예 구직조차 포기한 채 사회의 룸펜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말이다. 한미 FTA 타결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될거라고 하니 걱정이 깊다.
특히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 서민생활은 더욱 문제다. 개인부채가 일인당 1천400만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여기저기 모두가 빚쟁이들 뿐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그래도 개인 빚이 그리 많지 않아 당장의 개인파산은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칫 우리 사회가 대내외의 충격을 받는다면 아마 개인파산자들이 즐비할 것이 명확하다.
이런 결과는 일부 정치권 인사 등 위정자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방조하고 조장한 측면이 많다는 느낌에서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과연 우리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정치인들의 영달을 위해서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적지 않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확신은 더한다. 지난주 한미 FTA 최종 협상을 앞두고 정치인이 보인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통상 협상은 총성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피가 안 보일 뿐 우리 국민의 생사가 걸린 문제여서 그렇다.
그런데도 일부 대선주자들은 아예 이를 외면하는가 하면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근시안적 투쟁을 벌였다고 한다. 식자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 단식농성을 할 때인가 하는 물음이다. 국민들은 민족의 앞날을 가름할 중대한 기로에서 그 대안과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정치인들의 엉뚱한 행동에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치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에게 불리한 협상이라면 감시, 견제해 제동을 걸거나 대안을 내는 것이 그들의 임무가 아니었겠는가. 더욱 한심한 것은 협상타결 순간부터 비준문제를 두고 당리당략과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의원들의 모습이다. 세부적인 내용 파악도 없이 '도 아니면 모'의 사생결단식 찬반만이 난무하는 꼴은 볼썽사납다.
우리 한국호는 지금 망망대해에 떠있는 형국과 같다. 한미 FTA 협상 타결로 모든 것이 열린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외환위기 당시 때처럼 고난의 길로 몰고 갈지 아니면 새로운 도약과 도전이 될지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그래도 대안은 있다. 정치권이 정신차리면 된다. 이해득실을 따져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등 차곡차곡 준비한다면 우리가 의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더 있다. 그러기위해선 개인의 영달이나 집단의 이해득실을 버리고 국익이 먼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호가 다시 힘찬 뱃고동을 울리며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