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와 감귤은 모양새가 비슷하다. 그 맛도 새콤 달콤하고 영양가도 거의 같다. 둥그렇고 색깔도 같은 계열인 노란색을 띠고 있어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크기와 껍질 두께가 조금 다를 뿐 사촌지간 임에 분명하다. 비타민 B와 C를 다량 함유해 건강에 좋고 갈증 해소에도 그만이다.

사람들은 그래서 오렌지와 감귤을 아주 좋아한다. 서양사람들은 오랜 세월 동안 오렌지를 즐겼고 우리는 감귤을 더 잘 먹었다. 생산지가 서로 달라서 그럴게다. 오렌지는 겨울철 온난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라 남부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 브라질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특히 캘리포니아산은 향기가 강하고 단맛이 풍부해 사람들이 더욱 선호한다. 그렇다고 오렌지의 특징이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귀족적이고 세련된 상징적 이미지도 있다. 부유함은 물론이고 평화와 격렬함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는데다 일상에서 오렌지란 말을 많이 사용해 친근감까지 있다. 오렌지족, 오렌지 혁명, 오렌지군단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감귤은 순수 우리 것이다. 제주도 특산물이지만 과거에는 아주 귀했다. 그 역사는 삼국시대부터로 추정되고 있으나 조선시대에는 귀한 진상품 중의 하나여서 유생들에게 특별과거를 실시해 나누어 주었을 정도라고 한다. 감귤은 당시만해도 이같이 귀해 서민들은 구전으로만 그 실체를 알았으나 지금은 누구나 즐겨먹는 아주 흔한 과일이다.

이번 한·미FTA협상 타결에서 오렌지가 계절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결국 수입 자유화가 됐다고 한다. 따라서 제주도 감귤 생산 농가의 피해는 막대할 것이 명확하다. 그 이유는 슈퍼마켓에 오렌지와 감귤이 동시에 수북이 쌓여 있어도 오렌지에 손길이 더 가기 때문이다. 오렌지나 감귤이나 그게 그거인데 말이다. 다시한번 신토불이를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