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원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1980년대 카터 행정부 시절 미국에서는 슈퍼펀드법을 제정하여 그동안 기업들에 의해 저질러진 전국 각지의 환경오염을 복원하기 위해 300억 달러에 가까운 기금을 마련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인근 마을이 후버케미컬이라는 기업에 의해 유해한 화학물질로 오염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이른바 러브커넬 사건이 계기가 되어 발효된 이 법은 기업의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그 재원의 대부분을 기업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유니언 카바이트사의 보팔참사, 신일본제철의 미나마타병, 낙동강 페놀사건 등 세계 역사 속에서 숱하게 발생한 굵직굵직한 환경오염 사고는 대부분 유수한 기업에 의해 발생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이든 혹은 그렇지 않든 기업들이 공기나 하천, 땅을 유해물질로 오염시킨 결과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환경오염 상황에 이른 것이다.

요즈음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코카콜라, 엑슨과 같은 석유회사, 카길 등의 메이저 곡물회사 등 미국의 기업들이 반환경적이고 인간의 건강을 해치는 기업으로 지목되어 유럽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조차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적 가전회사인 소니는 2001년 말 유럽시장에 출시한 PS2에 중금속인 카드뮴이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다는 이유로 암스테르담항에서 통관도 하지 못한 결과 2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나이키는 축구공 생산에 제 3세계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이미지 실추는 물론 영업이익이 37%나 하락하는 위기를 겪었다. 이런 위기관리(Risk Management)를 위하여 출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었다. 최근 소니, 필립스, MS, IBM 등 22개 글로벌 IT 기업들이 2007년 여름부터는 환경, 인권 등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기업과는 부품 및 소재 조달 등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동일한 맥락이다.

이제 많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하여, 환경보전을 위하여 앞 다투어 노력하고 있다. 화석연료로 엄청난 이윤을 만들어온 석유회사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자동차회사는 저공해차량이나 폐기물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그 이전보다 훨씬 확대되고 있다.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이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전을 위한 투자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시장경제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은행을 비롯한 시티 그룹, 캐피탈 그룹 등 금융, 투자회사는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기업에 투자를 회피하고 친환경기업과 새로운 환경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이런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의 성과는 여러 지표를 통해서 나타난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는 다우존스 글로벌 지수 중 지속가능경영 수준 상위 10%만을 대상으로 선별한 SRI 지수로 1994년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MSCI World Index보다 연평균 7%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고 FTSE4Good Index

(Financial Times for Good Index)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이익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다는 이야기이다.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통해서만 막대한 이윤을 챙기려는 한국기업들이 이런 새로운 세계적 흐름에 언제쯤 적응할지 걱정된다.

/서 주 원(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