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품격을 갖추려면 문화, 예술이 배어 있어야 한다. 문화, 예술은 하루 아침에 급조되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도시와 지역에 문화, 예술 자원과 활동이 많으면 많을수록 품격은 올라가고 아울러 경쟁력도 생기게 된다. 우리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감동을 받는 도시들은 대부분 고유한 문화와 예술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문화, 예술의 자산과 활동이 빈약한 도시는 기능적으로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고 해도 건조한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초현대적인 건축기술로 신기루를 좇고 있는 도시들을 보라. 라스베이거스,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이 그렇고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바이가 그렇다. 누가 이들을 품격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는가?
도시와 지역에는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되는 고유한 문화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건물일 수도 있고, 장소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통과 관습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문화 자산은 새롭게 만들어 낸 신시가지(New Town)보다는 구시가지(Old Town)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시가지는 신시가지에 비해 낡고 불편하지만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가 깃든 곳이기에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이런 구시가지가 최근 들어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사람들이 빠져나가 상권도 죽고, 환경도 형편없다. 재미도 없고, 즐길만한 요소도 없다. 과거 영화를 누렸던 중심부가 형편없이 쇠퇴해서 신시가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었다. 때문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불균형발전이 새로운 도시문제가 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려는 도시정부의 노력이 버거워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들어 문화콘텐츠를 이용한 도시재생사업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각각의 지역과 도시마다 나름대로의 문화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유형의 자산이든 무형의 자산이든 간에 이들 문화 자산은 해당 지역의 귀중한 사회 자산(Social Capital)이다. 문화 자산을 잘 활용해서 지역이미지를 개선하면 지역주민에게는 지역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을 심어 줄 수 있고, 외부 사람과 활동들을 끌어들여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찾지 않던 곳을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시킬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소생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도시의 경쟁력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전통 산업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문화, 예술 등의 창작활동과 관련있는 창의적인 활동이 얼마나 왕성한가에 따라서 도시경쟁력도 결정된다. 예컨대 1년에 얼마나 많은 공연과 전시회가 열리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예술, 과학 등의 창작 활동에 참여하는 창의적인 계급이 지역의 지속적인 혁신을 가져오고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성장엔진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 자산과 활동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에 아담한 미술관이라도 하나 들어선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서 충 원(강남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