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직원의 정확한 판단과 순발력이 아차하면 카드사기단에 몽땅 날릴뻔했던 시민의 돈을 찾아줬다는 흐뭇한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3시 50분께 고촌농협(조합장·조길준) 현금자동입출금기앞. 휴대전화를 귀에 댄 곽모(40)씨가 부지런히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연체된 카드대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연락을 받고서였다. 전화에서 시키는대로 하고 확인버튼을 누르니 통장에 있던 320만원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순간 속았다고 느낀 곽씨는 창구의 김은순(45) 대리를 찾았다.

설명을 들은 김 대리는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해 확인을 시작했다. 통장은 농협중앙회 신사동지점에서 발행됐고 명의는 외국인이었다. 사기단이라고 직감한 김 대리는 중앙회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다른 통장으로 다시 이체되려던 돈의 흐름을 정지시켰다. 조금만 늦었으면 사기단에 고스란히 넘어 갈뻔한 곽씨의 돈을 살려낸 것.

김 대리는 훌륭한 일을 했다는 주변의 칭찬에 대해 "요즘 이런 식의 사기가 많다는 소식이 들려 주의를 좀더 기울였다. 다른 직원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곽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요즘 빈발하고 있는 국세청이나 검찰, 카드 연체를 빙자한 사기단의 범행일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