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서구 마전동 가현산. '송월 동산' 공원묘지 부근 등산로 입구부터 소나무, 참나무 등이 쉽게 발견된다. 물이 아직 덜 올라 푸른 기운은 적지만 나무 맨 윗부분은 녹색기운이 짙다. 등산로 초입을 지나 100쯤 올라가자 고사한 소나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옆에는 이미 썩어 부러진 나무들이 즐비했고, 나무 아랫부분은 벌거벗겨져 절반은 이미 마른 나무들도 적지 않았다. 벗겨진 나무의 대부분은 줄기나 가지에 걸쳐 곰팡이가 핀 듯한 모습을 보였고, 껍질이 붙어 있는 소나무 역시 껍질 안쪽에 스폰지처럼 푸석해진 모습을 보여 이미 생명을 잃은듯 했다. 이 등산로에는 어느 지점 할 것 없이 정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이러한 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구 관계자는 "문제의 소나무는 리기다 소나무로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푸사리움 가지마름병은 전염성은 없지만 특별한 방제기법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인근 계양구 계산동 계양산도 마찬가지. 계산삼거리에서 징매이고개를 지나 산림욕장 주차장 우측으로 만들어진 큰 도로 길가에 수십그루의 소나무가 잎이 늘어진 채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등산객 오모(48)씨는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는 잎새가 밑으로 시들시들 늘어지면서 수양버들처럼 말라죽는다고 해 산림청에 신고했는데 3월 중순께 다시 가보니 문제의 나무는 다 베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구는 이 지역을 포함해 계양구 일대 고사목에 대한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소나무 재선충은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계양구 관계자는 "고사가 심각한 산 아랫부분의 고사목은 이미 제거를 했다"고 밝혔다.
부평구 부개동 부개산(만월산) 백조약수터 부근에선 10년생 소나무와 잣나무 7~8그루가 말라죽는 등 인천지역 침엽수의 수난이 가속화하자 기초단체도 애가 탄다.
구·군 관계자들은 "올해 유난히 소나무 피해가 많은데 이상기온에 따른 현상이 아닌가 추정된다"면서 "시료분석도 재선충 여부만을 판단, 나무가 어떤 원인으로 죽었는지 정확한 데이터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라고 걱정했다. 인천시가 1월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말라죽은 나무는 약 5천580그루. 이 가운데 '의심목'(재선충병과 유사한 병징을 가진 나무) 250그루를 정밀검사한 결과, 다행히 재선충 감염목은 없었다.
하지만 인천 인접지역인 경기도에서 재선충 의심목이 계속 발견되고 일부는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 관계 기관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김경희(산림병해충방제팀) 박사는 "지난해 중부지방에는 7월 한달 내내 장마가 왔고 인천의 경우 8월에는 고온과 함께 평년보다 252㎜가, 9월에는 150㎜의 비가 덜 왔다"면서 "건조피해와 함께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고사했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인천 소나무들이 죽어간다
가지마름병 확인불구 방제기법없어 속수무책, "평년보다 고온·비 적어"… 이상기온 탓 추정
입력 2007-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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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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