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봄철만 되면 특히 미세먼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란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대기 중에 장기간 떠다니는 물질로서 입자 굵기가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1 이하로 발암작용을 하거나 폐포에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미세먼지는 식물의 잎 표면에도 쌓여 광합성작용 등을 방해,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향후에도 도시화의 진전, 중국의 공업화가속 등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이를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미세먼지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미세먼지 발생원인으로 자동차 및 발전시설의 배출가스, 공사장 비산먼지, 황사 등을 지목했다. 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정화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공사장의 비산먼지발생 규제에 주력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경유자동차를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주범으로 간주했다. 정부는 2005년 수도권의 미세먼지농도를 2014년까지 선진국수준으로 낮추기로 하고 총 예산 5조원 중 4조원을 경유차대책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도 경유차 매연축소에 앞장섰다. 시내버스를 액화천연가스(LNG)버스로 교체하고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경유차에는 별도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렸다. 노후한 경유차에는 매연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심지어 경유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규제하는 초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덕분에 경유차 소유자들은 주눅들어야 했으며 그간 내수를 받쳐주던 SUV(Sports Utility Vehicle)나 RV(Recreational Vehicle) 메이커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덕분에 승합차, 소형트럭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지갑두께만 얇아졌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유차대책에 총 5천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그 와중인 지난 3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주목할 만한 연구내용을 발표했다. '대도시 대기질 관리방안 연구'에서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량은 전체 배출량의 8%에 불과한 반면에 전체의 60~80%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국내 공사장, 토양, 불법소각을 통해 나오는 미세먼지 등이라는 것이다.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최대주범이 아니었다. 소도둑은 놔두고 바늘도둑만 잡는다고 법석을 떤 결과, 막대한 세금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명백한 정책 실패였다. 그럼에도 환경부나 지자체 등은 이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만시지탄이나 앞으로는 소도둑을 잡는 쪽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에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은 급속한 산업화 및 산림개발로 인해 토양유실 및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돼 해마다 서울시 면적의 4배 이상 되는 국토가 새로 사막화하고 있다. 몽골 또한 전 국토의 90%가 사막화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과거 30년 동안 목초지는 남한 면적만큼이나 감소했다.
최근 황사발생일수가 점차 늘고 농도 또한 짙어지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고 언 발에 오줌 누기인 것은 잘 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봄만 되면 미세먼지 때문에 불안에 떨어야 할 것인가. 식목철을 맞아 봄다운 봄을 고대(苦待)해 본다.
/이 한 구(수원대 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