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간단체와 협조해 운영되고 있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형사조정위원회 또는 화해중재위원회의 중재 업무가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 및 협조하는 조정위원회의 역할과 업무 범위 등 세부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회도 있었다.
2월 15일, 필자는 인천지방검찰청 11층 1102호실에 마련된 조정위원실을 방문해 첫 번째 상담에 들어갔다. 당일 상담을 맡은 조정위원은 인천대학교 법과대학 김석호 교수, 인천시의회 박희경 의원이었다. 조정을 의뢰한 사건의 내용은 전세보증금 변제건이었다. 건물주인 A씨는 계약이 만료된 전세 계약자에게 전해달라고 건네준 전세 보증금을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챈 B씨를 고소했다. 보증금을 당사자에게 직접 전하지 않고 B씨를 통한 이유는 전세계약자가 B씨의 처제였고 두 가족이 함께 생활했기 때문. 건물주는 어쩔 수 없이 계약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다시 변상해 주고 B씨에게 가로챈 보증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청했으나 B씨는 무직자였기에 처제에게 전해야 할 전세 보증금을 생활비로 사용한 후 차일피일 약속을 미뤄왔다.
형사조정위원회는 젊은 나이의 B씨가 전과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두 사람을 불러 의견을 조정키로 했다. 고소인은 약속을 어기는 B씨를 더 이상 믿을 수 없지만 형사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B씨도 이제는 직장을 구했으므로 한 달의 기한을 주면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죄가 밉지 인간이 미운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외에도 인천지검이 밝힌 조정 성사 건 중엔 직장 동료의 코뼈를 부러뜨려 20일간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고소되었지만 형사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서로 합의해 벌금 50만원 납부로 사건을 마무리한 경우도 있었다. 2년전, C씨로부터 6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못해 고소를 당한 D씨도 형사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한 합의로 각하처분을 받았다.
인천지검은 지난 1월 29일부터 2개월간 형사조정제도를 시행한 결과, 25건의 고소사건이 형사조정에 회부되어 6건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인천지검 형사2부 하인수 부장검사는 한웅재, 김민형 검사를 형사 조정 검사로 지정하는 한편 지난달 29일, 청사 11층에 형사조정실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조정위원들은 사건의 내용에 맞춰 구성되며 사기, 횡령, 명예훼손 등 형사사건 고소장이 검찰청 민원실에 접수되었을 때마다 사건 당사자들로부터 조정 동의 의사를 확인한 후 주임검사가 형사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하는 절차를 거친다.
형사조정위원회는 조정 기일을 정해 사건 당사자를 소환해 조정을 한 후 1개월 이내에 결과를 검찰에 통보한다. 주임검사는 통보 결과에 따라 조정이 성사된 사건은 불기소나 각하처분 또는 약식기소 처리하고 안되면 정식으로 수사절차를 밟는다.
이훈규 검사장은 "형사조정제도는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분쟁을 조정해서 국민의 과다한 사법비용 지출 억제, 사회적 명예 실추 등 인권침해 방지, 범죄 피해의 신속 구제, 지역사회의 화합에 도움이 되고 검·경 등 사법 기관은 한정된 수사 인력 및 자원을 꼭 필요한 수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형사조정위원회 제도가 활성화되어 본의 아닌 실수나 사고로 법의 심판대 앞에 선 이들이 서로의 양보로 구제되고, 국가예산 절감 효과와 밝은 사회를 구현하는 화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김 사 연(인천시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