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IMF 사태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지만, 인터넷의 역사로 보았을 때, 올해는 '웹+로그=블로그' 탄생 10주년이다. 아마도 미래의 어느 순간엔가 역사학자는 블로그의 탄생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역사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바라볼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386세대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대중매체를 접하며 성장해온 미디어 1세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1세대가 주로 접한 매체는 TV, 라디오, 신문 같은 올드미디어로, 오늘날 신세대들이 즐기는 뉴미디어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신문, 방송, 영화, 음반, 책과 같은 올드미디어의 생산자는 전문화된 소수 그룹이었고, 이를 수용하는 이들은 대중이라 불리는 다수였다. 그러나 뉴미디어의 대표 격인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일반 대중이 일대 다수, 다수 대 다수의 매체를 소유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올드미디어는 매체를 장악한 생산자(자본 또는 창작자)에 의해 주도되는 수직적 체계다. 그에 비해 뉴미디어 혹은 멀티미디어는 디지털 혁명에 의해 출현한 새로운 개념으로 콘텐츠는 플랫폼으로서의 매체와 분리되어 수용자에 의해 수평적으로 수용된다. 과거 하나의 매체는 하나의 콘텐츠를 가졌으나 뉴미디어는 수없이 분할되고 통합되는 다중의 콘텐츠를 가진다.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산업적인 차원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오늘날 뉴미디어는 급속도로 성장해 올드미디어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문사 하나씩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킨 것이 블로그다. 네티즌들은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뉴스를 소비한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네티즌들은 주류언론에서라면 보도하길 꺼릴 수 있는 금기에도 과감히 도전하고, 이에 호응하는 네티즌들을 결집시켜 사회적 파급력을 얻기도 했다.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권력이동(power shift)이 가장 확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미디어 권력이다.
'개방·소통·공유'로 대변되는 사이버스페이스의 미덕은 종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상업적인 판단이나 권력의 검열 욕구에 의해 제한되거나 훼손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등장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반복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여론조작을 의도한 '알바 논란'이다. 종종 우리 언론의 역사를 가리켜 '오보의 역사'라고 말하는 비판적인 학자들도 있지만, 기성 언론의 경우엔 그나마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gatekeeper)가 준비되어 있고,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부평 얼짱' 같은 해프닝은 책임 소재를 따질 수 없다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뉴스,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동시에 소비자가 만들어 가야할 세계최고의 IT강국 대한민국에 뉴미디어에 대한 개념 정립, 미디어 기호학을 통한 올바른 미디어 독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까닭이다.
/전 성 원(계간 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