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에는 남북한 군사대치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남북 화해협력의 현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개성공단이 있는 그 곳은 정말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필자는 개성공단의 인접마을에 위치한 봉동지구 들판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위를 둘러보면 한숨이 나왔다. 남한의 60~70년대 벌거숭이 산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황량했다.
겨울이 가고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산은 나무 한그루 찾기 어려울 정도다. 눈으로 본 송학산과 인근의 산과 들은 온통 풀로만 덮여 있다. 매년 계속될 큰 비바람을 저 산들이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마저 들었다.
남쪽에서 온 참가자들은 저마다 양손에 삽과 대추나무 묘목을 한 움큼씩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줄지어 벌거숭이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일행을 지원한 북한 분들이 이미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터를 마련해 놓았으며, 흙의 상태는 척박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심는 한그루 한그루에 염원을 담기도 했다. 필자 역시 푸르고 따뜻한 한반도를 꿈꾸는 마음으로, 오늘 심은 나무가 화해와 평화의 기운을 한반도에 널리 펼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홍미영'이라는 이름표를 가지에 매달았다.
북한의 산림훼손은 북한의 절박한 에너지 상황과 자연 재해 등 여러 문제와 얽혀 있다.
2003년 북한이 UNEP를 통해 발표한 '북한 환경생태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 에너지난이 심화되어 농촌은 취사와 난방을 땔감에 의존하게 되면서부터 산림이 더욱 황폐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에너지난을 겪으며 나무를 땔감으로 쓴 것이고, 산불과 계속된 가뭄으로 인해 산림면적이 줄어들었다. 최근 이러한 경향은 산림을 경작지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뒤늦게 북한은 홍수, 가뭄, 산불과 불법 벌채로 인한 산림 피해를 복구하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나무심기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매년 3월 2일을 식수절로 정해 산림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산림조성 10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이의 시행에 상당한 공을 기울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북한의 녹화사업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한눈에도 개성공단 주변의 산들은 벌거숭이로 남아있고, 임진강 연안 도로변이나 휴전선 관측소 같은데서 육안으로 바라보이는 북녘 산하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산림녹화사업에 우리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할 때다. 민간에게만 맡겨놓아서는 안된다. 대북지원사업도 남북간 인도적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산이 헐벗은 게 바로 홍수나 농지 유실로 인한 식량부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근 인천에서도 나무를 심어 생태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무척 다행한 일이다. 경인일보가 몇년전부터 시작된 '인천을 푸르게'를 올해에도 펼치고 있으며,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참여한 '푸른 인천가꾸기 운동본부'의 본격적인 활동 등 삭막한 인천에서도 녹지를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분위기와 관심이 황폐한 북녘땅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명과 평화의 기운이 가득찬 '푸른 한반도'를 만드는 일은 주변에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한 행렬이 북녘땅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 미 영(국회의원·우리당 인천시당 여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