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타결은 이렇게 우리 사회를 또다시 출렁거리게 만들고 있다.
한미 FTA 타결을 긍정적으로 보는 정부 관계자와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경제규모의 미국에 '외부의 빗장'을 풀므로 인해 우리 경제 경쟁력도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까르푸와 이마트의 경쟁 관계를 들먹인다.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지만 우리의 이마트가 시장경쟁에서 이겨 까르푸를 쫓아냈다는 논리다. 그리고 FTA 체결에 반대하는 계층에는 '숲'을 봐야지 '나무'만 보면 되느냐고 어설프게 충고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시장개방은 커 나가려고 하는 업체들의 구조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 진출을 통해 소비처를 다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숲'도 보고, '나무'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같은 예를 들어보자. 이마트가 까르푸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한 도시에 2~3곳에 대형할인매장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은 폐장 위기에 처했다. 대규모 자본들은 재래시장도 이 기회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구조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미 FTA 체결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은 구조 고도화에 따른 투자 결정이 가능하지만 수백명의 독립된 소자본을 가진 재래시장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거둬 구조 고도화에 투자하기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없이는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숲'도 보고 '나무'도 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책상 앞에서 내놓는 대책이 아닌 정확한 실태조사와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갖거나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칠레 FTA 체결시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농업분야 대책을 내놓았던 농림부 한 고위관계자가 저녁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그때 급하게 서둘러서 돈만 낭비하는 대책을 폈는지…."
/유 재 명(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