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은 벌써 한반도를 휘감고 화사한 벚꽃은 남도를 지나 이제 여의도에서 절정이다. 절기상 청명을 지나 이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만큼 바빠지는 시기에 농(農)이 좋아 업(業)으로 삼고 사는 농민들의 탄식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모든 산업분야가 글로벌 경쟁에 돌입하면서 농업부문도 예외일 수만은 없음을 지금은 다 안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 정부에서 손실액의 80%를 보전해 준다고 하며 가족단위 소농구조로 되어있는 우리 농업이 금방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품목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GDP 규모 세계 12위(2005년도) 경제대국으로 우뚝서는 데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공산품이 일등공신이었다지만 우리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묵묵히 먹거리를 제공해 준 농민들은 긍이부쟁(矜而不爭)의 태도를 버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시장에서 농산물은 소위 미끼상품으로 전락했고, 한미 FTA 최종 협상 과정에서는 농업부문이 빅딜대상이었다고 하며, 국내적으로도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정치적 어젠다로 등장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농업 없이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고 했으며, 지난 6일 발표된 IPCC(유엔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 지구온난화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에서 특히 피해가 심해 2050년까지 가뭄으로 곡물생산이 최대 30% 줄 것으로 예측했다. 옛말에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고 했다. 어렵지 않게 '기업인 천하지 대본(企業人 天下之 大本)'이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는 요즘, 혹시 농업의 중요성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명 정 식(농협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