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궐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보선의 결과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17대 대통령 선거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정치권과 유권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회의원 3명과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9명, 기초의원 38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은 경기 화성, 대전 서을, 전남 무안.신안 등 3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선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의 대선 표심을 엿볼 수 있는 시험무대인데다 선거구도 자체가 한나라당 대 비(非) 한나라당 연합세력의 대결 양상을 띠고 있어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역대 재보선에서 압도적 강세를 보여온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도 기세를 올리며 대선까지 `대세론'을 밀고 나갈 지, 아니면 비한나라당 연합세력이 연전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씻고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가 판가름난다.
현재까지 판세로는 경기 화성에서 한나라당 고희선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남 무안.신안은 민주당 김홍업 후보, 대전 서을은 `심정적' 범여권 후보인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게 각당의 대체적인 분석이어서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신화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또 기초단체장 재보선 지역 6곳 가운데 서울 양천과 경북 봉화, 경기 가평 등 3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들의 거센 도전으로 고전을 하고 있다.
지금의 판세가 선거결과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이전보다 1석을 늘리면서도 불패신화가 흔들리는 불안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고 열린우리당은 재보선 무승의 참담한 성적을 이어가며 민심이반을 재확인하게 되는 한편, 범여권에 대한 대통합 실행 압박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고전하게 된 데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도의원 예비후보자에 대한 돈 공천 파문 등의 영향도 적지 않아 선거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재보선은 또 유력 대선주자들의 파괴력을 시험하는 무대로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 중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를 제외하고는 전혀 유세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유세경쟁은 경선전을 방불케한다.
이.박 두 주자가 대전 서을에 `올인(다 걸기)'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 지역에서 판세가 뒤집힐 경우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입증해보였다는 자평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화성 = 열린우리당이 2004년 4.15 총선에서 당선자를 배출했고 이번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보선지역 3곳중 유일하게 후보를 공천한 지역이지만, 한나라당 고희선(농우바이오 회장) 후보가 초반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각 당의 분석이 일치한다.
고 후보가 공천 잡음으로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들의 농성사태까지 초래하는 등 순탄치 않은 출발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에서 고 후보의 우세는 수도권에서 여전히 한나라당의 지지도 우위가 지속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 등 약점을 파고 들며 정세균 의장, 김진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박봉현(전 화성시 부시장) 후보를 집중 지원하고 있고 한명숙 전 총리와 민주당 이낙연 의원까지 가세했으나,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게 아니냐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이 수시로 선거현장에 내려가 장명구(화성시 지역위원장) 후보를 지원하고 있으나, 당선까지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게 자체 평가이다.
◇대전 서을 =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선뜻 표심을 가늠하기가 어려운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대전 서을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심지역이자 대선과 관련된 함수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현재 각 당의 판세 분석을 종합해보면 범여권의 `심정적 단일후보'인 국민중심당 심대평(전 충남지사) 후보가 충청 대표성과 인물론을 앞세워 당초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 이재선(전 국회의원)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서을은 지난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당선자를 배출한 지역이기 때문에 단순히 의석의 손익만을 따져보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선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연말 대선에서 충청권 표심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패배시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빅2'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틀이 멀다하고 대전 서을을 찾아 지원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선 후보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경우 한나라당은 빅2 후보의 파괴력을 확인함으로써 연말 대선까지 `한나라당 대세론'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추가할 수 있게 되나, 아직까지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대전은요?" 한 마디로 충청의 판세를 뒤집었던 때에 비하면 역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심대평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자당의 공천을 희망했던 박범계 변호사의 출마를 포기시키면서 심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무안.신안 = 열린우리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은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민주당 김홍업(전 아태재단 부이사장) 후보가 무소속 이재현(전 무안군수) 후보에 비해 우세를 보이고 있다게 민주당쪽 주장이다.
김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는 현지 여론의 반발로 초반 열세를 겪었으나, 민주당의 높은 정당 지지도와 당 차원의 총력 지원, 김 전 대통령과의 끈을 쉽게 끊지 못하는 바닥 표심에 힘입어 이내 상승기류를 탔다.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은 몇차례의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던 호남지역에서의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대선과 내년 총선을 겨냥한 범여권 통합 과정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강성만(목포과학대 초빙교수) 후보가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이 지역의 관전 포인트다. 비록 당선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강 후보가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호남표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심리적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기초단체장 = 서울 양천구, 경기 동두천시, 양평군, 가평군, 충남 서산시, 경북 봉화군 등 6곳의 재보선 지역 가운데 서울 양천과 경북 봉화, 경기 가평 등 세 곳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소속 후보에게 뒤지거나 혼전을 벌이고 있다는게 각당의 대체적인 판세분석이다.
특히 양천에서는 지역주민들이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됐던 이훈구 전 양천구청장이 검정고시 대리시험 혐의가 드러나 자진사퇴함으로써 보선을 치르게 돼 주민 혈세의 낭비를 초래했다"면서 이 전 구청장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20억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나라당에 불리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목동 쓰레기소각장 문제 등 지역현안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한나라당 소속 오경훈 후보와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 자체 판세분석 결과 텃밭인 경북 봉화에서도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가 군수 출신인 무소속 엄태항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서울 양천이나 경북 봉화 등에서 패배할 경우 최근까지 수도권과 영남에서 치러진 재보선을 싹쓸이 해왔던 `불패신화'가 깨진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고, 이 때문에 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들이 집중 지원전을 펴고 있다.
만약 이번 기초단체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독주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면 지난해 5.31 지방선거의 공천 실패와 최근 불거진 경기 안산의 도의원 돈 공천 파문, 대구지역의 선거법 위반 과태료 대납사건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기초단체장 선거는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대 무소속의 대결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이 바닥 표심에서의 취약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