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요즘 그동안 전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버지니아대 총격 참사의 범인이 한국인 이민자 1.5세대라는 점에서 당혹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서 그럴게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이민 2~3세대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디아스포라는 '이산' '분산'이란 뜻의 그리스어로 과거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말했지만 지금은 초국가적 민족공동체의 개념이 됐다. 그런데 해외에 흩어져 살고 있는 650만 한국인 이민자들 대부분이 유독 디아스포라가 강하다고 한다. 대개가 조국을 떠난지 오래지만 현지 동화없이 아직도 한국인임을 자각하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전통 지향적이고 민족주의적 성향마저 강한데다 특히 귀소본능이 심해 가능하면 귀화하지 않고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경향이 있어 결국 정신적 이방인이 된다고 한다.

이래서일까. 한국인 이민자들의 후손 중에는 극단적 외톨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지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닌, 그런 어정쩡한 정신적 떠돌이들 말이다. 가정에선 한국식 사고와 교육을 받지만 학교나 그 사회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참사의 범인인 조승희도 이런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를 방치한다면 언제든지 제 2의 조승희가 나올 수 있어 걱정이다. 더 이상 이들의 갈등과 방황을 두고 볼 일은 아닐 성 싶다. 치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트랜스내셔널(초국적인) 강화가 한 해결 방안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정부가 나서서라도 이민자들의 현지 동조화를 돕는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