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표 (경기도 주택정책과 사무관)
한국아파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분양된 약 2천600개 아파트단지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 정도의 아파트단지에서 소비자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아파트 2채 중 1채 정도가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으며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사실 아파트 시공을 둘러싼 시공사와 입주민들의 마찰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평생을 모아 어렵게 마련한 아파트에 하자가 있음을 안 서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지만, 시공사와의 협상 또한 만만치 않아 이중고(二重苦)가 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 역시 주민들의 집단 민원제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주거형태는 대부분 아파트다.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아파트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살펴봐도 아파트 중심의 주택공급 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파트 시공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입주자, 시공사, 지자체 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재시공 비용, 법적 분쟁비용 등 불필요한 사회적 재원 유출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이 같은 분쟁을 해결하고자 준공승인 전 입주자 사전 점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시설을 둘러본 입주자가 제품의 결함 등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적 장치다.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입주자들의 아파트 사전 점검에 있다. 합리적인 점검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점검을 맡기는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수 만개의 자재와 최고의 건축기술이 집약된 복합적인 인공구조물이다. 이러한 아파트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소비자가 살피도록 돼 있다보니 주요결함이나 품질 이상 여부 등을 사전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입주민들의 지적사항들이 대부분 도배상태나 도색상태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주를 시작한 후 문제를 알게 되는 경우도 적잖고 이 일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심지어는 법적 분쟁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1월에 '경기도 아파트품질 검수자문단'을 시범운영한 바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실무국장,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주택건설협회, 대한주택공사 및 건축사 등 민간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검수자문단이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화성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 건설돼 입주 예정인 아파트단지 3곳에 대한 자문을 실시했었다. 현장자문방식으로 실시된 자문단의 자문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반인들이 지적하기 어려운 최상층 발코니 배수드레인의 위치 부적정 문제, 겨울철 안전사고 우려되는 구조물, 실내가구 틈새의 시공처리 및 발코니 구조체 마무리 미흡 등 총 50여건을 지적, 시정토록 해 입주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이에 고무된 경기도는 매 분기별로 입주예정 아파트의 품질검수 자문을 실시하도록 했으며, 자문단의 활동내용 및 자문결과를 일선 시·군에 전파, 아파트사업시 행정오류가 발생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처럼 아파트 시공을 둘러싼 분쟁은 해당 지자체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사전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문제다. 자문위원단을 새로이 구성하기 어렵다면 기존에 구성된 건축위원회 등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서민을 울리는 아파트 시공 분쟁. 해당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춘 표(경기도 주택정책과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