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하계올림픽대회, 월드컵축구대회,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세계적인 대회를 유감없이 치른 경험이 있다. 그 열기는 식지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과 1~2년의 시차를 두고 연이어 열리는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정말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사활을 건 유치전에 성공한 대회에 찬물을 끼얹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경제'를 우려하고 있다. 외신은 "아시아의 수출챔피언이었던 한국이 길을 잃을 처지"라면서 한국경제가 아시아에서 홀로 뒷걸음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팎으로 헤쳐가야할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이럴 때는 '화려한 대회'보다 '검소한 대회'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지자체가 주축이 되어 앞다투어 무차별적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해도 문제는 없는 것인지 한번쯤은 짚어봐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러한 지자체의 국제대회 유치에 뒷짐만 지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스포츠는 대중의 아편이다. 그만큼 대중을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지자체가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절박함에서 국제대회 유치에 매달리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지자체가 천문학적인 소요예산을 전액 충당하는 것이 아니다. 수 천억에서 수 조원이 투자되는 예산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된다. 지자체는 정부의 '폭넓은 국고지원'과 지원특별법 마련을 위해 그 지역 국회의원을 앞세워 부추길 것이 틀림없다.
물론 대회 개최에 따른 관광수입 등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은 물론 계량할 수 없는 무형의 이익도 있다. 개최 지자체는 '도약의 디딤판'이 되어 몇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첨단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국제도시로 탈바꿈 된다.
그렇지만 대회시설 뒤처리가 만만치 않다. 월드컵 축구경기장의 예를 보면 극명하다. 서울 상암을 빼고는 막대한 적자다. 환호와 박수의 축제 뒤에 남은 문제도 더욱 심도있고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혹시 유치 열기로 주최측 입맛에 맞는 수치만 홍보한 것은 아닌지, 두루 경제적 효과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규모 대회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에 무엇을 얹어주는가?'하는 문제다. 국책 사업은 실종되고 지자체의 뚝심으로 벌이는 유치전만 계속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치전이 진행중인 대회도 성공적으로 거머쥐기 바라며 모든 국제대회가 '미래의 덫'이 되지 않길 기원한다.
/김 훈 동(수원예총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