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를 통해 활약상이 잘 나타나 있는 화타는 편작보다 800여년 뒤의 인물로 마취약을 사용한 동양 최고·최초의 외과의사이다. 소설에서 관우는 독화살에 맞아 위독함에도 화타가 상처 부위의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할 동안 태연하게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는 등 고통스런 비명이나 표정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관우가 이런 모습을 보인 이면에는 화타가 '마비산'이란 마취약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명의인 편작이나 화타도 지금 시대라면 돌팔이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명의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분명 이들의 의술은 한의학의 기초이자 효시임에 틀림없어서이다.
요즘 장병두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넷 세상이 왁자지껄하다. 그는 한의술에 정통했던 가업 교육을 받았지만 현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해 돌팔이 취급을 받을뿐 현대판 화타로 불릴 정도로 많은 환자를 고쳤다고 한다. 지지자들은 이런 그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는 과학으로 포장된 현대 사고의 희생물일 수도 있다. 시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이런 점에서 끝내 마음이 개운치 않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