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내 한 기계식 주차장이 주차불편과 차량훼손 우려 등으로 이용객들이 주차를 꺼려 주차공간 대부분이 비어 있는 채 방치되고 있다. /임순석기자·sseok@kyeongin.com
3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남구 학익동 N건물. 먼저 기계식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은 장애인 주차장 1면을 제외하면 일반 주차장이 없는 탓에 방문객들은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의외로 11대를 주차할 수 있는 기계식 주차장은 한적했다. 대신 방문객들의 차량은 건물 앞 인도와 도로를 점유하고 있었다.

주차관리자 A(60)씨는 "은행이나 병원 등 잠깐 일을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기계식 주차장 이용을 귀찮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중구 인현동 G 건물. 4층 규모로 52대를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 외부 주차장이 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설치된 지 10여년이 넘어 그나마 절반 정도는 수리가 필요한 상황. 차종에 따라 들어가야 할 공간이 다르고 차량 입·출고 시간도 많이 걸리다 보니 차량들은 연실 비어있는 일반 주차장 찾기에 바빴다.

K(45)씨는 "장기주차라면 모르지만 쉽게 넣었다 뺄 수 있는 일반 주차장이 더 낫다. 특히 기계식 주차장은 과거에 차를 넣다 긁힌 경험도 있고 기계가 고장나면 꼼짝없이 갇히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주차난 해결사로 떠오르던 기계식 주차장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차장 운영자는 유지관리 비용을, 이용자는 차량훼손 등을 염려하며 이용을 꺼리고 있는 것. 일부는 주차장을 적치대로 사용하는 등 아예 주차장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 부평구는 기계식 주차장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5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대부분 한 건물을 여러명의 주인이 함께 소유하고 있는 경우였다. 주인들이 기계식 주차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하지 않아 주차장으로서의 기능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자치구가 기계식 주차장 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23개소에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 계양구에선 10%에 가까운 24개소가 물건 적치대로 전락했다. 기계식 주차장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 보니 무늬만 주차장인 '창고'가 된 것이다. 2년마다 받게 돼 있는 검사도 미루다 20개소가 적발되는 등 안전불감증도 심각했다.

인천지역에 설치된 기계식 주차장은 약 1천120개(강화·옹진군 제외). 이들 주차장 상당수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차장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구는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구 건축과에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지양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선 구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면 텅빈 기계식 주차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관리인이 없거나 시설이 오래돼 불안하고 차량 훼손을 우려해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