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호 (논설위원)
일본과 중국이 요즘같이 부러웠던 적이 없다. 얄궂게도 시샘이 날 지경이다. 물론 그 나라의 국민들은 나름대로 불만도 있고 걱정이 있겠지만 우리가 외양상 보기에는 한 없이 좋은 것 같다. 비교가 돼서 그럴 게다. 따라서 왜 그런지 그 원인을 거울 삼아 우리 현실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함은 당연하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는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일본은 지독했던 1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 호경기로 진입하면서 경제에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실업난 극복을 일궈낸 것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우리의 어려움과 매우 흡사한 면이 많았으나 지금은 영 딴판이다. 근로자들은 보너스로 주머니가 넘쳐나고 대졸자들을 상대로 한 스카우트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부러움은 당연하다. 구인 수가 구직자 수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의 일로 사실상 완전고용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저력은 여기서 그치고 있지 않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다 못해 이젠 우주개발에까지 나서고 있으며 군사대국화를 지향해 이즈스함과 지구상에서는 무적의 전투기라는 F22기 100대를 미국으로부터 구입을 결정, 인근 국가를 불안케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일본을 세계 강국으로 말아 올리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중국 역시도 하늘로 치솟는 비룡으로 바뀔 정도로 그 성장 속도가 놀랍다. 외환보유고가 천문학적인 숫자인 1조2천억달러로 올라섰으며 매년 경제성장률이 10%대를 넘어서는 등 발전 속도가 아우토반 같다고 해야 옳다. 올해 무역흑자만도 2천5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세계의 모든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꼴이다.

이런 자금은 국민들의 생활을 넉넉하게 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중국의 국력은 20여년이 지나면 일본을 압도하고 50여년 뒤면 유럽을 따라잡을 수있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의 전망치가 아니더라도 하루가 다르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현장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발전이 예사롭지 않은 대목 중의 하나이다.

중국과 일본의 이 같은 발전 이면에는 정치와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의 안정이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과 사회 엘리트 계층의 미래를 예측하는 선도적인 정책들이 어우러져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점들이 이들 나라를 비상시키는 원동력이자 디딤돌이고 저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 실상은 그저 안타깝기 그지 없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경기 침체는 서민들이 허리를 더 이상 졸라 맬 수 없을 정도로 옥죄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빚으로 생계를 꾸려 나갈 정도로 가계는 부채로 신음하고 거리에는 청년 실업자들이 즐비하다. 봉급을 받아봐야 사교육비, 통신비, 교통비와 은행 대출금 등으로 항상 마이너스인 상태이다. 그런데도 경제는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다. 내수 침체로 촉발된 불경기는 산업 전반을 돌아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실종상태이다. 특히 정치권의 대권 놀음을 보면서 정치인들의 몰염치에 화가 날 정도이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내홍이 심해 분당과 탈당사태가 봇물을 이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책감시와 집행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됐다. 온통 대권 경쟁에만 힘을 쏟을 뿐 국가의 미래 전략이라든지 경제 성장, 서민생활 안정 등에는 아랑곳하지 않아 실망이 깊다.

우리 모두는 이젠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먼저 안에서 곪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들의 몫은 아니다.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국가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깊게 성찰해 보기 바란다. 그래야 이 어려운 시국을 수습하고 일본과 중국 같이 우리도 전 세계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