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도시도 좋지만 사람이 우선 맘놓고 다닐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인도를 따라 심어져 있는 가로수들이 사람들의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인천 남구 학익동 신동아아파트 입구 사거리. 이곳에서 문학사거리(문학경기장 방향)로 넘어가는 좌측 50여의 인도구간은 인도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럽다.
너비는 약 1.2 정도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인도 가운데는 덩치큰 가로수 차지다. 문제의 구간에 가로수 30여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사람 두명이 한꺼번에 지나기도 힘든 상황이다.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은 도로 반대편 인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김모(36)씨는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 차도쪽으로 걸어갔다. 자칫 잘못 딛기라도 하면 몸이 차도로 쏠려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굣길에만 이 인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김모(17·고1년)군은 "공간이 비좁아 여러 사람이 지날 때는 아예 도로로 걷거나 기다렸다 지나갈 때도 있다"면서 불편을 호소했다.
학익지구대에서 신동아 2차아파트 후문방향의 인도는 최악의 상황이다. 좁은 인도 중간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것도 모자라 신동아 2차아파트 후문쪽에 이르면 아예 인도가 없다. 5 가량은 끊겼다 다시 이어진다. 인도가 나와야 할 곳은 개인주택의 담벼락이 막아서 있다. 특히 이 지점은 커브 구간이어서 반대편 차량을 볼 수 없는 사각지대다.
'차없는 걷고싶은 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8일 오후 3시30분께 서구 심곡동 승학길 일부 구간(심곡로~탁옥로 교차로 사이). 이 곳 인도는 성인남자 신발 3개를 이을 정도의 너비다. 이 가운데 가로수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절반 정도,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가로수가 놓인 인도를 통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굣길에 나선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인도가 아닌 도로를 걷고 있었다.
인근 광명 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모(34·여)씨는 "세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인도를 가려면 업고 다녀야 한다"면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전에 인도 너비부터 확보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밖에 인천기계공고 앞 도로 가로수는 반쯤 누워있어 미관을 해치는가 하면 일부 구간에선 시각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남구 숭의동 남구청 입구 삼거리 수입식품전시장 앞에 심어진 한아름드리 크기의 가로수는 아예 점자보도블록 안에서 크고 있다. 점자보도 블록을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각장애인에겐 가로수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처음엔 넓은 인도였다가 차도가 확장되면서 좁아진 경우이거나 과거 관련 규정이 없을때 심어진 경우가 그렇다"면서 "최근 조례 개정 이후로 좁은 인도 가운데 가로수를 심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