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이 임박해지면서 국내 여론도 점차 비등(沸騰)하다. 올해에는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6억원 초과 주택이 총 38만여 가구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첫 해인 2005년 대비 꼭 10배가 늘었다. 작년보다도 약 2배나 늘어났다. 이 정부의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집값이 오른 탓이다.
반면에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만 평균 22.8%가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종부세 과세표준 적용률도 지난해 70%에서 올해는 80%로 높아졌다. 따라서 기존 종부세 대상자의 올해 평균 세부담은 가구당 474만원으로 작년에 비해 125%나 인상됐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지난해까지는 종부세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고 50%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감면해 줬으나 올해는 이나마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가구에 따라 지난해 대비 종부세부담이 최고 300%(세부담 상한선)에 이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다. 메가톤급 세금폭탄공세에 따른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목하 비수기로 접어든 터에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까지 가세, 매매수요가 실종되다시피 한 탓이다.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에 육박하거나 혹은 공시가격과 시세 간에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벌써부터 국세청은 조세저항을 우려하며 크게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집을 가진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다. 강남에 살고 있는 중년의 한 직장인 왈, "강북에 살다가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빚을 내는 등 무리를 해서 직장 부근의 자그마한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다. 박봉에 아이들 교육비와 빚을 상환하느라 여력이 없어 그때 마련한 이 집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그런데 집을 팔자니 양도세가 두렵고 그렇다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종부세를 부담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 집을 팔고 직장 부근으로 이사할 경우 셋방을 얻는 것이 고작이다. 평생 개미처럼 일하고 근검절약해서 강남에 집을 마련한 것이 죄가 되는가. 조금이라도 젊었다면 진작 이 나라를 떴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처연하기만 하다"며 연방 줄담배만 피워댔다. 이런 소시민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광역시도별 공시가격 상승률은 경기도가 서울을 제치고 수위를 차지했다. 또한 과천시는 올해만 무려 49% 이상 올라 전국 시군구 가운데 상승률 최고를 기록했다. 과천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은 듯하다. 종부세 집단납부 거부움직임이 포착되는가 하면 위헌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됨에 따라 지자체들의 고민도 크다. 종부세와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취득세 및 등록세율마저 낮아진 탓이다. 지방세수가 5%만 줄어도 각종 공사가 차질을 빚는 등 문제가 불거진다.
오죽했으면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소가 조세저항 및 경기회복 둔화 등을 지적하며 부동산보유세제의 개편을 운운했겠는가.
그럼에도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오히려 정책이 주효하고 있다며 어깨에 힘을 주는 형국이다. 집값을 안정시키자 하는데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 정책은 마치 빈대잡자고 초가삼간마저 태우는 격이다. 이런 지경이니 해외이주붐이 사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한국판 "알리데, 당신까지…"운운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 한 구(수원대 경상대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