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아버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매 맞은 아들의 복수를 위한 드라마 한 편이 지겹도록 재탕, 삼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빗나간 부성애를 탓하기보다 무소불위의 일탈된 재벌총수로 몰고가는 사회적 인심도 걱정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아버지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자녀교육도, 온갖 대소사에도 어머니의 자리가 더 커지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다만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자식간에 서로 얼굴 마주할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5월의 푸르름을 함께 즐기기에는 아버지가 너무 바쁜 탓일 겝니다.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고 저녁에는 소주에 젖어 불콰해진 얼굴로 자정 무렵이나 돼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식 또한 별을 보고 학교엘 갑니다. 학교 급식이 불안해서 도시락 2개를 싸들고 나갑니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헤매다보면 자식 역시 별을 보고 나갔다 별이 뜨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부모자식간의 겸상은 커녕 따로 밥 먹을 시간도 없습니다.
이른바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남보다 한발이라도 앞서기 위해서 저마다 앞으로만 달려가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부모자식간이라고 합니다. 이른바 피의 인연입니다. 자식 보호를 못하면 더이상 아버지가 될 수 없는 세태입니다. 그래서 재벌 총수 아버지의 조폭적 부성애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내 자식이 맞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거냐"는 항변에 불꽃이 튑니다.
스물두살짜리가 유흥주점에서 수백만원씩이나 쓰며 난리법석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훌륭한 아버지를 둔 피의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무색한 지경입니다만 망아지는 길들이지 않으면 좋은 말이 될 수 없고 어린 소나무는 가꾸지 않으면 쓸모있는 나무가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반듯하게 앉는 몸가짐을 익히지 않으면 뼈가 굳어져 반듯하게 앉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다리를 쭉 뻗고 앉거나 한쪽으로 기우뚱하게 앉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움직임이 거칠어지고 남 보기에도 불량스러워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 또한 비뚤어지고 모습이 흐트러지게 될 것입니다. 하물며 아들을 둔 아버지의 모습이겠습니까.
아이는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였습니다.
어른을 늘 피하고, 버릇없고 거칠어서 늘 높이 날고 멀리 달아나고만 싶은 아이는 좋은 바탕이 아닙니다. 만일 이런 버릇을 바로잡지 못하면 오늘의 그 스물두살짜리처럼 사람답지 못한 짓을 아니한다고 누구도 장담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저 내 새끼만 가지고 끙끙대는 걸 어찌 부성애라 할 수 있겠습니까. 혹시나 하는 노파심입니다만, 피의 인연이 잘못 흐르고 있는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아름답고 깨끗한 것은 저 혼자 아름답고 깨끗할 수 있는 절대적 개념이 아닙니다. 더러움이 있음으로 해서 깨끗함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음으로 해서 추함이 있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침 뱉고 눈 돌려야할 추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 닮지말아야 할 그 추악함을 흉보다가 오히려 따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자(者)'는 그 아비가 아니라 그 자식은 아니었을는지요. 빗나간 아들과 한술 더 뜨는 아비의 행태를 '재벌총수'로 몰고 가는 우리들의 시각도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그나저나 5월입니다. 가정의 달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사랑, 자식은 자식답게 어버이사랑, 그래서 사라지는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참가정운동, 참사랑운동이 꽃피울 수 있는 5월을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홍 기 헌(수원시의회 의장)
아버지가 보고싶은 가정의 달에
입력 2007-05-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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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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