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자녀부터는 의료보험 가입이 안 됐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불과 20~30년 전 일이다. 한참 인구가 넘친다며 산아제한을 적극 추진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등 몇몇 선진국에선 되레 출산을 장려하던 때다. 정부에서 출산 장려금을 줄 뿐 아니라 다자녀 가정엔 교육비 주택구입비까지 지원했다. 우리로선 꿈도 못 꿀 부러운 이야기였다.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산아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예 한 자녀마저 기피하는 부부들이 많아졌다. 산아제한은커녕 극도의 출산율 급감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1970년 4.53명이나 되던 출산율이 근년엔 1.08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 됐다. 결국 수년 뒤엔 노동력 태부족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부랴부랴 출산 친화적 법제도를 속속 정비하고, 출산에 대한 각종 혜택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그 덕일까, 출산율이 다시 조금 올랐다. 지난 해 태어난 아기가 45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1만4천명 는 것이다. 이에따라 출산율도 전년의 1.08명에서 1.13명으로 높아졌다. 모처럼 반가운 일이지만, 벌써부터 마냥 기뻐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출산율이 좀 올랐으나 여전히 미국(2.054명) 영국(1.80명) 프랑스(1.983명) 등에 비해 최저수준이다. 그나마 지난 해가 결혼하면 좋다는 쌍춘년(雙春年)이었고, 올해는 태어난 아기가 부자 된다는 황금돼지 해란 점 등이 일시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좋아하기 앞서 보다 근본적인 출산 제고책이 필요한 이유다.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불안한 고용상황, 맞벌이 부부의 열악한 양육환경 등 출산 장애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출산 제한하던 그 옛날보다는 낫다 할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