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박물관은 대학생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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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가끔씩 시간을 내 무료한 낮 시간동안 산책이나 할겸 이 학교 캠퍼스를 찾는다. 그리 높지않은 오르막길도 있어 어린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캠퍼스를 돌며 산책을 하던 이씨는 이날 만큼은 큰 소득 하나를 건졌다. 그가 찾아낸 곳은 바로 박물관. 대학교 안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탓에 전혀 생소한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이왕 아이들과 갔으니 한번 들어가서 뭐가 있나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 후 그는 마치 국립중앙박물관에 온듯한 착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별 기대 없이 집에서 가까워서 갔었는데 그렇게 많은 유물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줄 몰랐다"며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문화공간이 숨어있다는 걸 예전에는 왜 몰랐나 싶다"고 당시의 느낌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학박물관이라 교육·문화적인 주제도 명확하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며 "사실 대학 박물관은 학생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앞으로는 다른 대학의 좋은 박물관도 찾아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전국에 산재한 98개의 대학 박물관은 학문 연구를 위한 대학 부설기관의 하나로 설립되어 있으나 전시 공간은 일반인에게도 아무 제한없이 공개되고 있다. 또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 문화와 교육, 체험이 함께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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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박물관에서는 단순 전시 뿐만 아니라 교양 문화강좌 및 문화체험 행사, 학술지 발간 등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까지도 준비돼 있어 학생들을 비롯해 성인들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경기 인천지역의 대학 박물관은 아주대, 수원대, 경희대, 경기대, 용인대, 인하대 등 8곳에 이른다.
♡ 아주대 박물관=지난 1993년 문을 연 아주대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적과 유물을 수집·전시중이다. 공과대학으로 출발한 대학 특성상 도구와 집기 등 기술적 측면과 연계되는 유물이 주로 전시돼 있다. 또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도자기와 민속유물 등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1996년부터 매년 2회에 걸쳐 역사·예술학계의 권위자들을 초빙해 일반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양문화강좌와 도자기제작체험, 탁본실습 등 문화체험, 유적지나 발굴조사 현장 견학, 지역 박물관·미술관 견학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 경희대 수원캠퍼스 혜정박물관=세계 최대 규모의 고지도 전문 박물관인 경희대 혜정박물관. 이 박물관이 소장한 고지도 중에는 동해·독도·동북공정 등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 논쟁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귀중한 보물도 포함돼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이 박물관이 소장한 지도는 모두 900여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영박물관(300여점)보다 훨씬 많은 소장량을 자랑하고 있다. 혜정박물관은 15세기에서 20세기까지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 및 지도첩, 고지도 관련 사료, 고문헌 등이 전시된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고지도 전문 박물관으로 역사와 지리 관련 교육의 장으로도 최고임을 자부한다. 여기에다 박물관 소장 고지도를 목판이나 고무판화로 복각, 직접 탁본을 해 볼 수 있는 체험 정보실도 마련돼 관람객이 고지도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경기대 박물관=경기대 박물관은 주로 농경민속품과 민화를 소장, 전시중이다. 전시품의 수도 1천600여점이 넘는다.
박물관에는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등의 지역적 특색이 고스란히 담긴 농경 민속품이 주를 이루고 실제로 국내 최초로 농경 전시실을 개관, 운영중이다. 민화를 비롯해 옥 공예품도 전시돼 있고 특히 5개의 독립 전시실과 안전한 유물관리를 위해 항온항습, 자동소화설비, 소독장비를 완비한 수장고가 있을 정도로 대학 박물관 중에서도 매머드급에 속한다. 또 별도의 기획 전시실도 마련, 재학생들을 비롯해 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해 놓아 더욱 매력적이다. 지난해 6월 개관 후 한달 평균 7천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릴 정도로 최근 수원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정도다.
♡ 인하대 박물관=인하대 박물관은 국내외 역사·문화·민속을 비롯해 인류학 분야 자료를 모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이 박물관에는 인천과 경기지역 관련 역사 문헌자료를 전문적으로 수집해 보관, 연구중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함께 지역적 특성을 갖춘 유물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교통관련 유물이 많고 소장 유물 중에는 나룻배·가마 등 각종 해상 및 육상교통에 관련된 유물과 여러 지방의 탈과 가면 등도 소장돼 있다.
# 대학박물관 투자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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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박물관들은 대부분 학생들이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대학 캠퍼스 깊숙이 위치한데다 일요일과 방학 때면 문을 닫는 대학 박물관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 재학생들 역시 관심이 없다.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박물관에 발 한번 들여놓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함께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대다수의 대학 박물관은 특성화 등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재단이 투입하는 예산으로 박물관이 운영되기 때문에 재단이 박물관에 관심이 없으면 사실상 운영 자체가 힘들다. 예산 부족으로 유물의 보존처리나 교체 전시 등 전문적인 박물관의 기능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다. 재학생들 조차 "졸업 때까지 한 번도 학교 박물관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니 대학 박물관이 그동안 문화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소외받아 왔던 게 사실이다.
대학 박물관은 여타 박물관에 비해 규모도 작고 소장품목의 수도 적다고 해도 분명 지역의 문화향수를 확대시킬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대학 박물관이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예산과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아주대 박물관 오상택 학예연구팀장은 "지금의 대학 박물관은 여느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해 왔다"며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대학박물관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만큼 대학 자체적으로도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