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우 (경원학원재단 사무처장)
국회의원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국회 교육위 의원들이 사학법을 개정해 사립대학을 꼼짝 못하게 옭아매더니, 이번에는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교수노조 법제화'를 들고 나와 대학을 또 흔들어 대고 있다. 기회만 있으면 대학을 규제하고 감시하려 들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꽁꽁 묶어 놓을 심산으로 보인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교수노조 법제화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노당 의원들의 합의로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대학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2005년 11월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발의했다. 사학법 개정을 시점으로 그동안 잠잠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을 합의하는 순간, 느닷없이 대타 형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법안의 골격은 대충 이렇다. 교수도 노동자다. 따라서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에서 교수만 제외될 이유가 없고, 학교발전을 위해 학교행정이나, 교과과정 등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부패한 사학에 대한 감시와 신분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수노조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요 부분은 '교수도 노동자'라는 대목이다. 법적으로 임금생활자여서 노동자가 맞다. 그러나 교수를 과연 노동자로 볼 수 있는가. 교수의 직무를 보면 그런 말이 가실 것이다. 교수 직무의 본질은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식인을 양성하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학문을 연구하고, 학문의 계승발전과 후대양성에 있다. 그야말로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 집단이다. 어떻게 보면 그 직무가 존엄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보장된 이런 신분을 스스로 팽개치겠다는 것인가.

교수노조 법제화에는 분명 곡절이 있다. 그것은 개방형이사제 도입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여야가 합의하여 사학법의 개방형이사 선출에 제동을 거니까 교수노조를 만들어 대학평의원회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개방형이사를 선출하여 대학운영을 강제하겠다는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게 숨겨진 진짜 카드 같다.

그 밖의 법안 발의 명분도 약하다. 학교의 비리는 검찰의 수사권, 감사원과 교육부의 감사권 발동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교내에는 감시자가 또 있다.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외부회계법인의 감사권 등이 그것이다. 마치 그물망 같다. 교수의 학교행정과 교과과정 참여 명분도 도통 말이 안 된다. 학교의 주요보직은 모두 교수가 하고 있고, 학생을 위한 교과개편도 모조리 교수들이 수행하고 있다. 교수들의 신분 불안 문제는 더 더욱 수긍할 수 없는 말이다. 이 땅에서 가장 탄탄하게 신분이 보장된 직장은 교수사회다. 현재 대학 교수는 정년이 65세다.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학교 측과 약속한 연구논문만 제출하면 정규직으로 뽑아주는 것이 관행이다. 정규직의 경우도 채용 때 약속대로 연구 논문만 쓰면 나가라고 하지 않지만, 퇴출시킬 방법도 없다. 좀 과한 말이지만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교수를 쫓아낼 방도가 없다는 이야기다. 학교를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부르는 것도 아마 이런데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학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규격에 맞는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의 교육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것이 경쟁력 배가에 모아져 있다. 힘이 버거워 지팡이라도 짚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사학법만으로도 죽을 지경인데, 거기다 나눠먹기식 무경쟁의 교수노조까지 만들겠다는 말인가. 거리에는 150만명의 청년실업자가 헤매고 있다. 일정 부분은 대학에도 책임이 있다. 시장경제의 경쟁력을 갖추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수노조가 법제화되면 대학의 경쟁력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진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된다. 도와주지 못할망정 쪽박은 깨지 마라.

/이 상 우(경원대학교 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