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이 그 가능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M&A로 국내에서는 부실기업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인은 멀쩡한 기업을 매일 건드린다. 외국기업의 적대적 M&A에 대해 우리처럼 무방비인 나라도 없다. 미국도 1980년대 중반 일본의 합병을 막기 위해 '엑슨-플로리어법'을 만들어 국가안보차원에서 승인받게 했다. 외환위기 때 투자유치를 위해 완전무장해제를 해버린 것이 문제였다."
국민들이 묻고 있다. 만약 포스코에 대해 M&A를 시도한다면 그것을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는 있는가. 쌍용자동차가 IMF 이후 허무하게 중국으로 자동차 기술이 넘어간 것을 본 국민들인지라 우려의 폭은 깊다. 그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작년에 만들었다. '산업기술의 유출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시민들에게는 생소한 법률이지만 첨단 자동차 기술과 와이브로 기술 유출이 적발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법률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부터다. 과학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진 이 발언으로 이 법률의 개정여부가 관심사다.
그 핵심은 이 법률로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가. 그리고 국가핵심기술의 보호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에 있다. 기업의 미비한 보상제도와 연구자들의 애국심만으로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은 기술유출을 우려하여 핵심 R&D 센터를 철수시키고 있다. 또한 핵심 산업기술에 대해 외국환관리법을 통해 규제를 가하고 있다. 항공기나 정보통신 기술 등에 대해 기업주식의 10% 이상을 보유하고자 하는 외국투자자에 대해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거래의 중지 등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경쟁상대 국가들은 자본유치보다 기술보호와 기술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시장경제의 논리와 영업활동 자유 그리고 연구자들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들어 법률의 위헌문제를 거론한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런 주장을 수용할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 만약 포스코가 외국에 넘어간다면 국민들에게 미칠 충격은 외환위기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버금갈 것이다. 문제는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이 기업이나 연구자의 불행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식과 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에서 국가핵심기술의 유출은 기업부도는 물론 대량실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략기술이나 국가방위산업의 기술 유출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한다. 많은 선진 국가들이 기술수출의 규제에 국가안보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화이트칼라로 대접받으면서 외국을 향한 배반의 꿈을 꾸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서, 국가핵심기술의 뒷전에서 검은 생각을 갖고, 어슬렁거리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돈과 명예만을 위해 배신을 감행한 이들을 용서할 만큼 우리의 과학기술과 경제적 토대 그리고 공동체가 과연 튼튼한가를.
/김 민 배(인하대 법대 학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