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여만에 만난 그는 뜬금없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라고 목청을 높였다. "당연한 것을 두고 웬 핏대?"라고 반문하려다 뒷말이 궁금해 꾹 눌러 참았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그의 진단과 대안은 한참 이어졌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논리는 외면하고 '세금 폭탄'으로 수요를 억누르기만 하다보니 공급이 위축되고,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양극화는 고착화되고, '있는 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되고, 정부에 부메랑이 돼 '올인' 정책을 쓰고 다시 세금으로 때려잡는다는 것이다.
80년대 포니차 타던 시절과 그랜저에 BMW, 렉서스가 흔하디흔한 지금의 아파트 정책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분당 파크뷰 아파트 입주를 위해 500여명이나 대기하고, 서울 강남 3구(區)에 호시탐탐 진입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인 대한민국에 맞게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는 시장 기능에 맡기고, 정부는 '(상대적으로) 덜 가진 자'들을 위한 복지적 아파트(국민임대, 영구임대 등)를 공급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뒤에 세금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2 경인일보의 23일자 1면 '특전사 이천 이전 전면 재검토' 기사를 읽은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은 정전(停戰) 상태"라고 웅변하듯 말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한강다리 폭파, 낙동강 전투, 인천상륙작전, 1·4 후퇴 등을 거쳐 1953년 휴전협정을 맺은 후 54년째 정전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6자 회담,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등등. 그래서 그는 정전협정이 깨지고 전쟁이 속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절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꿈에서 조차도(기자도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재삼 지금은 정전상태라고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올인 정책'에 의한 송파신도시 건설로 특전사가 오갈데를 못찾고, 심지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부대'가 '혐오시설'로 폄하되고 "제발 받아달라"고 애걸하는듯한 모습이 안쓰럽다고 했다. 김포신도시의 확대 건설을 위해 김포식사 지구내 편입된 군부대와 함께 확대 예정지내 군부대 이전을 요구했고, 경기도가 이를 건의해 국방부와의 협의가 진행중이라는 말도 전했다(확인 결과 사실이다).
그는 1천여만평이 넘는 성남공항(서울공항)을 이전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말 올인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전상태인 대한민국의 오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한민국의 군 부대를 오갈데 없는 혐오시설로 만들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군부대 이전의 함수관계, 아이러니다. 정말로.
/이 재 규(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