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지구 내에 들어서는 아파트 인근의 학교시설 설치를 놓고 건설사와 교육당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에 의해 주도적으로 추진되는 특정 지구 내 학교 건축에 따른 비용부담 주체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소래·논현지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한화건설과 주택분양 승인 협의기관으로 참여한 인천시교육청 사이의 마찰(경인일보 4월 16일, 5월 24일자 19면 보도)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전국의 개발지로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경인일보는 대규모 개발지구 학교신설의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 <편집자 주>

누가 새 아파트단지에 들어설 학교시설을 지어야 하는가의 갈등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인천 한화지구는 이런 갈등이 불거진 첫 개발지구에 불과하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건설교통부 등 해당 중앙부처는 학교 설치 주체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것이고, 전국 곳곳에서는 건설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교육부는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학교를 공공시설로 규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학교가 공공시설로 규정되면 개발사업자는 도로·공원 등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지어 국가에 제공해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개발지구 사업시행자나 아파트 건설업체가 학교를 지어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는 사업시행자나 건설업체가 반드시 제공해야 할 의무시설은 아니다.

학교 신축 주체 갈등은 특히 인천지역 개발사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도시.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 등 구도심 재생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한주택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서창2지구·가정지구와 인천시가 진행 중인 검단신도시 등 신규 택지개발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토지주)들이 조합을 구성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재개발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예정구역과 도시개발사업구역도 총 200건에 달할 정도다.

인천의 전체를 뜯어내고 새 판을 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앞으로 큰일 났다"며 "건설업체에 학교를 다 지으라고 하면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냐"고 우려했다. 이어 "초등·중등·고등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학교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업시행자와 시교육청과의 협의가 늦어질 경우 사업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택물량 공급지연으로 이어지고, 사업시행자가 학교를 지을 경우 그 부담이 최초 분양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아파트 업자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학교 신설을 이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좋지 않다"며 "불법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부적절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협의가 늦어지다 보면 공급이 지연되는 부분도 있다"고 걱정했다.

교육부도 오죽했으면 사업시행자·건설업체에 학교를 짓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을까. '2020 인천도시기본계획'을 보면 2020년 인천지역 학교 수는 총 718개소. 현재 인천지역 학교 수가 452개소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66개소를 더 지어야 한다. 학교 하나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을 200억원으로 잡으면 대략 5조3천2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교육청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의원은 최근 학교를 공공시설로 규정해 개발사업자가 학교를 짓고 기부채납하는 내용의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교부와 재경부, 건설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 개정은 물론 '학교가 공공시설인가' '교육재정의 심각성' '개발이익 환수문제' 등이 부수적 논쟁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