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악취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합니다." 시각장애우 복지시설 소망원(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원생들의 하루는 파리와의 전쟁으로 시작된다.

앞을 보지못하니 잡지도 못하고 손을 휘휘 저어 들러붙는 파리를 쫓는게 유일한 대응책이다. 최근들어 날씨가 더워지면서 파리들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자원봉사자들의 중요 일과 중 하나도 파리를 잡는 일이다.

이들을 괴롭히는 건 파리 뿐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소음과 악취도 원생들을 고통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잡고 있는데도 이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소망원을 축사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울타리도 없는 2차선 도로 너머에는 개 수십마리를 키우는 사육장이, 밭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닭 16만여마리를 키우는 대형 양계장이 있다. 농장 아래에는 주변 축사에서 수거한 축분을 재처리해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사방에서 밀려오는 악취로 창문조차 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원생은 "반복되는 악취에 익숙해져 있는데도 창문을 열지못할 때가 많고 상습 두통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개 사육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악취도 이들을 밤낮으로 괴롭힌다. 우리 하나에서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키우다보니 서로 싸우다 짖는 경우도 많고 한 우리에서 짖기 시작하면 다른 우리의 개들도 덩달아 짖는 통에 자다 깨기 일쑤다. 새벽에 분뇨를 처리할 때는 냄새때문에 잠이 깬다. 원생 26명 가운데 24명이 1급인 중증 장애우이고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50대 이상의 고령자이다보니 여름철이면 악취로 웃음치료, 노래교실, 점자교실 등 재활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우두재(48) 사무국장은 "식사시간이면 개미떼처럼 들러붙은 파리들이 밥과 함께 원생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안쓰러워도 차마 알려주지 못한다"면서 "사진을 찍어 관계기관에 하소연도 하고 도움도 청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주위의 무관심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