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성현·백유진기자·pssh0911@kyeongin.com

국립 한경대학교가 국내 대기업들조차 꿈꾸지 못했던 국제대회에서 낭보를 전해왔다.

한경대 캠퍼스 벤처기업인 (주)한경햄이 관련 분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식육·육가공박람회 및 품평회(IFFA)에서 무려 8관왕(은상 2개 포함)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한경햄은 이 대회에서 햄 종주국들까지 제치고 국제특별상까지 거머쥐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식품회사로 등극했다.

한경대의 성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에는 산학협력을 통해서 세계 최초로 조류 인플루엔자 예방효과가 있는 기능성 김치를 개발했고 이어 3개월 후에는 전통주에 신기술을 도입해 맛과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막걸리 개발까지 성공한 것이다. 한경대가 대학 벤처기업과 산학협력에 관한 모델을 계속해서 새로 쓰고 있다.

"좋은 재료에 기본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국내에 햄과 소시지가 소개된 지도 반세기가 넘었고 관련 시장 규모도 7천억~8천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햄과 소시지는 여전히 비만이나 일으키는 해로운 식품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 벤처기업인 (주)한경햄이 햄의 본고장인 독일 식육·육가공박람회 및 품평회(IFFA)에서 쟁쟁한 기업들을 물리치고 최고햄으로 선정(최고상인 금상 6개, 은상 2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경햄의 성공요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현재 국내 식품 관련법에 따르면 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용물의 70% 이상이 육류여야만 한다. 하지만 대개의 식품회사들은 고기함량을 기준치에 맞추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수입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경햄은 창업 초기부터 햄은 햄다워야 한다는 데서 시작했다. 국내산 암퇘지, 그것도 냉장육을 고집하는 것이다. 실제 한경햄의 주요상품인 안심햄(97.6%), 볼부어스트(97.3%), 윈너소시지(97.3%) 등 대부분 품목의 고기 함량은 97% 내외를 기록했다.

당연히 원가 압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경햄 안성민 주임은 "사실 국내산 암퇘지 냉장육을 고집하다 보니 원가가 3배나 더 든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식품만큼은 언제나 최상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경햄은 나머지 3~4% 첨가물에 대해서도 깐깐한 고집을 부리고 있다. 현재 식품의약법은 햄의 유통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아질산염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허용치는 ㎏당 0.07g까지다. 문제는 아질산염의 과다섭취는 암을 유발한다는 것. 한경햄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질산염 함량을 ㎏당 소수점 3~4째 자리가 되도록 아질산염을 최소 사용하고 있다. 학교 급식 납품의 경우에는 아예 아질산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한경햄의 주문생산이나 100% 수제 제조 방식도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원칙이다. 제품의 안전성, 신선도 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경햄이 HACCP인증 업체로 선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맛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식품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한경햄은 맛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신한다.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정통햄을 자랑하는 독일 햄·소시지 분야의 마이스터(장인)들을 주기적으로 초빙해 맛과 품질에 대한 점검을 받고 있다. 전세계에서 정통햄으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햄 기술자의 점검을 통과해야만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경햄의 이런 고집은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해마다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IFFA에서 한경햄의 수상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경햄은 현재의 소비자직거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수제방식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다보니 유통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데다 총판체제로 가면 제품의 성분을 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경햄 곽영순 부장은 "기업의 규모가 커지다보면 경상비 등을 포함한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경쟁을 생각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제품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경햄은 앞으로도 현 방식을 고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