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완(논설위원)
올 여름은 유달리 무덥다는 일기예보다. 장마전선도 평년을 앞서 찾아 온다고 한다. 그 것도 예년보다 길어 6월 중순 후반에 시작해 7월 하순 물러 가는 근 한달이다. 지난 수마는 다 치유했는지, 매년 되풀이 되는 물난리를 막을 방도는 있는지 걱정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을 편안하게 할 정책은 무엇인지 지도자의 정치철학 1호였을 치산치수가 궁금해 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부터 국가경영의 근간을 이뤄왔다. 민생에도 관련있어 정치의 요체로 비유되기도 한다.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夏)·은(殷)·주(周)나라는 치산치수로 국가 통치의 큰 터를 이뤘으며, 진나라도 치수에 성공, 강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해와 홍수예방에 성공하면 성군으로 칭송받았다. 대표적인 예로 영조를 들 수 있다. 한성부의 수해를 막기위해 준천사라는 기관을 설치하고 청계천의 준천역사를 크게 일으키는 등 치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치산치수는 국가 지도자의 경영 덕목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왕조시대 임금이 치산치수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은 것은 농경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농자 천하지대본'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 땅과 물을 잘 다스리는 것은 부와 힘의 근원이며 그 근간에는 백성이 있었다. 치산치수는 민생의 안정을 의미하며 이는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일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치산치수는 국가지도자의 큰 덕목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복지사회로 가는 데 살펴야 할 분야가 많아 졌을 뿐 치산치수의 참의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그래서 인지 요즘 대통령이 챙기는 일이 너무 많다. 취임이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정권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가균형발전을 시작으로 근자에는 언론통제까지 하고 나섰다. 그런데 많은 일을 벌이면서도 국민을 위한 치산치수의 요체(?)를 짐작하기가 힘들다면 필자만의 잘못된 판단일까. 오히려 국민의 심기만 불편하게 한 것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연 최근에 벌어진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통폐합한 분언갱알(분서갱유(焚書坑儒)에서 따온 신조어)사태다. 민주주의 상징인 국민의 알권리를 통제하는 듯한 인상과 더나가 임기 말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야 하는 사건을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정치덕목과도 어울리지 않는 괴리로 안타까움을 더한다. 펼친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정권말기에는 더욱 순리를 따라야 한다. 다음 정권에 넘겨 심판을 받아야 하는 사업이 있다면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는 용단을 내리는 것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고사성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새삼 떠오른다. 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공의 대화다. 자공이 공자에게 "제자인 자장과 자하중 누가 낫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자공이 다시 "그렇다면 자장이 낫습니까"라고 묻자, 이에 공자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새겨야 할 금과옥조라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면 참여정부의 진정한 치산치수는 국민 참여에 있다. 국민의 뜻을 바로 알고 올바른 국가 경영으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들이 행해야 할 지상과제로 참여정부는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스스로 정한 룰을 폐기하고 참여의 도구인 언론을 통제하는 정책은 과도한 의욕과 버리지 못하는 욕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참여의 참의미와 과유불급의 뜻을 새겨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것이 현 정부에 거는 바람이다.

/조 용 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