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병원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인천지검이 연일, 예전에 보지 못했던 '신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검찰의 고유권한인 구속피의자 석방여부를 주민들에게 묻는 구속심사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고소 전 당사자 간 화해를 유도하는 형사조정제도 실시, 철쭉제 행사는 두번째이기는 하지만 이례적으로 재야 법조인들을 대거 초청했다. 이들이 보는 가운데 철쭉을 무대삼아 검사와 직원, 직원 가족들은 각자 장기자랑을 맘껏 펼쳐 보였고, 모 부장검사는 색소폰 연주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또 철쭉꽃을 배경으로 직원들이 찍은 사진 전시회를 열어 민원실 등에 전시, 먼저 민원인들에게 선보인 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작품에 대해서는 시상까지 했다.

파격에 가까운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주민과 대학생들에게 검찰 내부를 공개하는 오픈하우스는 대박상품이었다. 난생 처음 생리검사실, 영상조사실, 아동·여성전용조사실 등 청사시설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검찰 업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음악을 좋아하는 검사와 직원들이 모여 합창단도 꾸렸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합창단은 첫 야외공연까지 펼쳤다. 관객은 무려 2천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에는 10개 군·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검찰·지방자치단체 업무협의회'도 구성했다. 협의회는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검찰과 일반 행정을 맡고 있는 자치단체와 교류를 통해 범죄예방 등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변화는 이훈규 검사장이 부임한 지난 3월부터의 일이다.

처음엔 '검찰이 억울한 사람 없도록 수사나 잘 하면 되지,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던 직원들도 예전에 없던 거침없는 변화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모습이다. 다른 검사장과 달리 '희망을 주는 검찰'을 표방하며 이 검사장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지역주민들도 '검찰이 정말 달라지려나 보다'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

문제는 이 검사장이 떠난 뒤다. 다른 검사장이 부임해서도 이 같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겠느냐(?)다. 아마도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검찰 관계자들은 검사장이 바뀌면 새 제도를 두고 요란을 떨다가 검사장이 떠나면 흐지부지 그 제도가 사라지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전 만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으로 검찰이 나가야 할 방향은 현재 인천지검 변화의 모습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검사장이 와서도 이 같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숙제라고도 했다. 기자도 최근 인천지검의 변화가 유난스러운 한 검사장의 몸부림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주민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송 병 원(인천본사 사회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