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려되는 면도 적지 않다.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렇다. 많은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돌출하거나 잠복해 있어 언제 활화산 처럼 우리를 강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경기, 양극화와 실업문제, 가계부채 등이 그것들이다. 청년실업자 수는 거의 20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 정설이며 빈부격차는 더 이상 거론키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580조원을 넘어 조만간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니 전 국민이 빚쟁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이런 점들은 대권후보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분명하다. 해결을 빌미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이다. 바꿔말하면 충격적이고 극단적인 정책과 공약을 들고 나올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이런 공약과 정책은 필연적으로 대중인기영합주의인 포퓰리즘이 될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선거보다 포퓰리즘의 경연장이 될 우려가 높다. 보·혁대결이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 명확해서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 유력후보들의 공약만 봐도 이런 점이 벌써 엿보인다. 이명박 후보는 '7·4·7 신화'를 들고 나왔다.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후보가 내비치는 공약들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이 전 시장은 경부 대운하건설을, 박 전 대표는 철도페리 건설로 맞대응하고 있다. 둘 다 경제와 실용의 의지를 내세우지만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포퓰리즘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에 맞서는 범여권 후보들의 움직임은 어떠할까 하는 문제이다. 만일 서민 보호를 위해 분배와 복지를 특히 강조하는 범여권 후보들이 일시에 정치적으로 우리가 처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유혹의 함정에 빠져든다면 현실적으로 충격적인 공약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며 이는 곧바로 포퓰리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겠다.
역사적으로 보나 현실적으로 보나 포퓰리즘은 그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다. 국가를 도탄에 빠지게 하는 첩경임에 틀림없다. 공짜 빵과 서커스로 평민의 불만을 달래려했던 로마도 정치가들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결국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남미 포퓰리즘의 원조인 아르헨티나의 페론은 집권뒤 최저 임금을 크게 올리는 등 갖가지 분배정책에 열을 올리자 순식간에 국고가 비고 세계의 빈국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요즘엔 베네수엘라 차베스정권의 포퓰리즘 바람이 거세다. 인근의 에콰도르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고유가 덕분에 주머니가 두둑해진 차베스는 무료 교육과 의료로 빈곤층의 환심을 사는 정책만 펴는데다 자신의 위상 강화를 위해 주변국들에 퍼준 돈만 300억 달러가 넘는다. 오일달러가 없었으면 벌써 나라가 거덜났을 것이다. 결국 이들 국가의 앞날에는 단지 망(亡)만 보일 뿐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이런 점을 국민들이 분명히 가리길 바란다. 포퓰리즘의 횡행은 우리 사회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도 있으며 한국정치의 퇴보와 불행이 될 수도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민대중의 상대적 박탈감과 시기심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려는 후보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히 도태시킬 것을 제안한다. 이런 후보들은 국가를 망치는 선동주의자로밖에 볼 수 없다.
/송 인 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