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 특히 '세계속의 경기미'가 해방이후 최초로 수출된다.

지난 12일 안중농협 RPC에서 쌀 수출 출고식이 있었다. 한때 '보릿고개' 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하다. 쌀 수출로 이제 우리 쌀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한·미 FTA에서도 쌀 문제는 배제됐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쌀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면 지금은 분명히 우리 쌀의 위기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에서 10년간 관세화 유예 인정을 받은 후 2004년 다시 쌀 협상을 벌여 관세화 유예기간 10년을 연장했다. 그러나 쌀 의무수입 물량이 연차적으로 매년 증가해 2014년에는 국내 소비량의 7.96%인 284만섬을 수입해야 하고, 수입쌀의 10%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30%(85만섬)를 밥쌀용으로 시판해야 한다. 또한 2014년 이후에는 쌀시장이 완전개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쌀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흔히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에 직면한 우리 쌀의 보호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농업인들의 쌀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쌀은 생존 수단으로서 식량 증산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하고 웰빙이 강조되는 지금, 과거와 같은 쌀로는 소비자들의 니즈(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양보다 품질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품종선정에서부터 식탁에 오르는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있어야만 비로소 고품질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행히 경기도와 경기농협은 올해 경기미 품질 혁신단지 5개소를 지정(2천500㏊)해 고품질 쌀생산의 일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미 품질 혁신단지에서는 표준재배법에 의한 엄격한 관리로 완전미율 97% 이상, 단백질 함량 6.3% 이하, 각종 위해 요소 199가지가 기준치 이하인 '-199G Rice'를 생산해 올 10월 첫 출시하게 된다.

둘째, 우리 쌀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필요하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2001년 88.9㎏이었던 것이 2006년에는 78.8㎏으로 크게 줄었으며, 2030년에는 60~61.5㎏까지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1인당 연간 쌀 한 가마니도 못 먹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청소년들의 골격은 발달했으나 체력은 저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밥은 트렌스 지방이 거의 없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그러나 수입쌀은 수입기간이 길어 안전성이 우려된다. 자녀들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우리 쌀로 지은 밥을 먹여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의 전분은 뇌가 활동하는 에너지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셋째, 정부 또는 생산자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요즘 농촌은 급속한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하고 한·미 FTA체결 등으로 시름에 빠져 있다. 정책적으로 각종 세제 및 영농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경기도 일부 자치단체는 학교 급식에 해당지역 우수농산물 사용을 지원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청소년에게 우수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를 통한 떡 판매 등 경기미 소비촉진운동 전개 및 군부대, 학교급식에 떡 공급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국세청의 쌀맥주 개발 등은 좋은 사례라 하겠다.

우리 쌀의 위기! 농업인, 소비자, 정부가 합심하면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농업인들의 쌀품질 고급화, 소비자들의 우리 쌀 사랑,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농협의 적절한 지도지원이 이뤄진다면 우리 쌀은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윤 종 일(농협 경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