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학교 운동부 학생들의 상시 합숙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교 운동부 정상화 대책'을 마련한지 2년이 지나고 있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인적자원부는 운동선수 폭력 행위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지난 2005년 학생 선수 폭력 근절, 상시 합숙 금지, 학습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 '학생 선수 폭력 근절 및 학교 운동부 정상화 대책'을 마련, 시행중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합숙실을 생활관이나 학생 편의시설로 바꾸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시즌중 2주 이상 합숙시 관할 지역교육청에 훈련계획을 제출해 협의토록 하는 등 운동부 학생들의 합숙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천지역 적잖은 학교에서 경기력 향상이나 기강 확립 등을 이유로 사전 협의없이 여전히 합숙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축구부 학생들의 타학교 전학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은 인천 K여중의 경우, 선수 학생들을 토요일과 일요일 낮시간을 제외하고 수시로 학교 내 숙소에서 합숙을 시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는 통일 대기 등 시합을 앞두고 관할 서부교육청에 합숙 사실을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1학년생 2명이 숙소를 무단 이탈하는 바람에, 코칭스태프와 학부모가 한밤중에 학생을 찾으러 다니는 등 합숙에 따른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특히 인천 J고 농구부 등 일부 초·중·고교 단체 종목은 합숙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교육청은 각 학교의 합숙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운동부 학생들의 합숙을 최대한 자제토록 한다는게 교육청의 기본 방침"이라면서 "올 3월1일 현재 13개 학교가 합숙소를 폐쇄하거나 용도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K여중의 경우, 합숙소를 용도변경한 것으로 교육청에 보고됐으나 여전히 선수들의 합숙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각 학교가 운동부의 합숙을 선호하는 것은 학교측이 '합숙=경기력 향상'이란 등식을 신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 학교 농구 감독은 "학교 동문회에서 선수단 숙소를 새롭게 손질해 줬다"며 "때문에 아무런 불편없이 1달 가량 합숙훈련을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팀워크를 극대화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방과후 학생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정식 배구부가 있는 학교의 선수들을 누르고 소년체전에 출전한 인천영선초교의 사례 등을 들어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현재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도 달라져야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